삼성에선 빛 못본 업종, 한화 넘어가면 ‘시너지의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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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1조9000억 빅딜’]빅딜의 경제학… 한화그룹의 득실
방위사업 年매출 1조 이상 늘고, 油化 매출 18조대… 업계 1위로
자산규모 48조 재계 9위 도약, “인수금 2, 3년간 분납… 부담없어”
김승연 회장 세아들 경영승계 탄력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빅딜’을 성사시킨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 절감과 사업 다각화에 나서려는 한화그룹과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려는 삼성그룹이 접점을 찾았다는 얘기다.

이번 빅딜로 한화그룹은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국내 1위 업체로 도약한다. 현재 자산 규모로 10위인 그룹의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도 9위로 한 계단 오른다. 4개 인수 회사의 자산 가치 11조 원을 합쳐 자산 규모는 48조 원으로 불어난다.

○ 더 적극적이었던 한화

방위사업은 한화그룹의 뿌리다. 1952년 화약사업으로 출발한 한화그룹은 이후 석유화학, 금융, 레저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해 한화그룹의 방위사업 부문 매출은 1조184억 원. 한국항공우주산업(1조3452억 원·추정치), LIG넥스원(1조2082억 원)에 이어 국내 3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방위사업 부문에서 각각 9635억 원과 6176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각각 인수하면 방위사업 부문 매출은 2조5995억 원으로 늘어난다.

한화그룹은 3년 전인 2011년부터 삼성테크윈에 눈독을 들여왔다. 당시 그룹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삼성테크윈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삼성테크윈이 추진해온 로봇 무인화사업이나 자주포, 항공기 및 함정용 엔진과 한화의 탄약, 정밀유도무기를 합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빅딜을 성사시킴에 따라 한화그룹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무인기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영상 처리와 정밀제어 기술,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 중장기적으로 무인시스템, 첨단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중심이 돼 신수종 사업을 준비하는 삼성그룹으로서도 화학이나 방위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워짐에 따라 한화 측 프러포즈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방위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이 ‘방산 비리’ 등과 맞물려 그룹 이미지를 떨어뜨렸던 것도 이번 빅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규모의 경제’로 원가 경쟁력 제고

한화그룹의 기존 석유화학사업과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계열사 매출을 더하면 지난해 기준 18조823억 원으로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17조5452억 원)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된다.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를 세계 9위 수준(291만 t)으로 늘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 나프타-콘덴세이트-액화석유가스(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춰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군도 에틸렌 위주에서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 경유, 항공유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 한화그룹 측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할 때 금융위기를 맞아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계약금 3150억 원을 날렸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2, 3년에 걸쳐 인수금을 분납하는 3개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3000억 원 수준인 데다 매년 이들 회사가 내는 이익도 각각 2000억 원”이라며 “㈜한화와 한화케미칼이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합계도 매년 평균 1000억 원이어서 인수대금 마련에는 큰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 경영권 승계 연결고리 역할 할 수도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 주체 중 한 곳인 한화에너지는 화학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한화S&C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화S&C 지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50%를, 차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과 삼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가 각각 25%를 가진 회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이들 3형제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거래로 한화에너지 규모가 커지면서 한화S&C의 기업 가치가 높아지게 됐다. 앞으로 한화S&C가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와 합병하게 된다면 ‘한화 3세’들은 ㈜한화 주요 주주로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주성원·정세진 기자
#삼성#한화#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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