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벼 2기작-아열대 작물… 전남 새 소득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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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영향 ‘작물지도’ 지각변동

전남 강진군 성전면 농가에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아열대 작물인 콜라비 생육상태와 당도를 체크하고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성전면 농가에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아열대 작물인 콜라비 생육상태와 당도를 체크하고있다. 강진군 제공
지구 온난화 영향 등으로 한반도 남쪽이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면서 전남의 ‘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아열대 작물이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각광받아 재배 면적이 매년 늘고 있다. 자치단체도 수급 불안과 가격 파동을 겪는 무, 배추, 마늘, 양파 대신 대체작물로 아열대 작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벼를 같은 땅에서 1년에 두 번 재배하는 ‘벼 2기작(二期作)’도 확산되고 있다. 2기작이 가능해지면 농가 소득이 높아지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 환경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 온난화로 아열대 작물 각광

1900년 이후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섭씨 0.74도 오른 반면 한반도는 1.5도 상승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2050년경에는 전남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이 현재의 제주와 같은 난대성 기후대로, 2100년경에는 아열대 기후대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크라, 아스파라거스, 열대 시금치, 아티초크, 아피오스, 모로헤이야 등 채소류 6종과 망고, 패션프루트, 파파야, 아테모야, 구아바 등 과수류 5종을 유망 작물로 선정하고 유전자원 수집 및 특성 검정과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도내 120농가가 38ha에서 11종의 유망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는 2011년(13ha)보다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재배 면적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패션프루트. 2008년 처음으로 도입해 적응성 검토를 거쳐 2010년부터 고흥, 무안, 장흥 등 농가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무가온(無加溫) 재배기술이 개발되면서 지난해 1.5ha에 불과했던 면적이 올해 17ha까지 늘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패션프루트는 상큼한 맛과 향이 뛰어난 아열대 덩굴 과수로 당도(16브릭스 내외)와 산도(2.5∼3.0%)가 높다. 타원형으로 4∼6cm, 무게는 65g 이상이고 익으면 보라색으로 변해 저절로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작물에 비해 노동력이 덜 든다. 정병준 전남도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장은 “패션프루트는 노지 재배가 비교적 쉽고 따뜻한 전남의 기후와 지리적 장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벼 2기작 재배도 확산

벼 2기작은 벼-보리, 벼-양파처럼 다른 작물을 1년에 두 번 심는 이모작과 다르다. 일부 자치단체와 농가에서 벼 2기작을 시도하는 것은 소득을 높일 수 있고 향후 쌀값 폭등에 대비해 증산 기술을 미리 확보하려는 데 있다.

고흥군은 최근 2기작 벼 노지재배에 성공했다. 19일 동강면 죽암농장 2기작 노지재배 시범단지(1만3200m²)에서 극생종 ‘조평벼’를 수확했다. 7월 극조생 품종인 ‘기라라 397호’를 1기작 수확한 데 이어 같은 곳에서 모내기해 115일 만에 결실을 거뒀다. 1기작과 2기작 품종 10a당 수확량은 각각 530kg과 500kg이었다. 고흥군은 2기작 수확량이 급격한 일교차 등 기상여건으로 1기작에 비해 5.7% 감소했지만 내년부터 육묘와 모내기를 10일 정도 앞당기면 수확량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순천시 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전국 농업기술센터 중 가장 먼저 해룡면에서 벼 2기작 시험재배에 나서 10a당 805kg을 수확했다. 순천시 해룡면 일대 논 120만 m²는 1959년부터 벼 조기 재배를 하고 있다. 농민들은 그동안 벼를 조기 재배해 8월 수확한 뒤 한약재인 택사를 이모작으로 심었다. 최근에는 택사 가격이 하락해 새로운 도전으로 벼 2기작에 나선 것이다. 농민들은 처음 심은 벼를 8월 중·하순에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추석 제수용 햅쌀로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순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추석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올해(9월 8일)는 햅쌀 가격이 일반 쌀에 비해 20∼30% 높게 형성됐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온난화#아열대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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