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심사 ‘직무유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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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급식예산 싸고 파행 교문위… 무관한 교육부 사업 30건도 보류
문체부 사업 114건은 심사도 못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등의 예산 편성을 놓고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쟁점 사업과 무관한 예산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파행이 이어지면서 8일째 상임위 본연의 임무인 예산안 심사는 손을 놓아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누리과정 문제를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하지 못하자 여야 원내지도부에 협상권을 넘긴 상태에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타 예산사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교문위 예산결산심사소위 심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소관 111개 예산사업 중 34개(30.6%)가 보류됐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누리과정 △초등 돌봄 사업 △고교 무상교육 △초중교 무상급식 사업을 제외하고도 30개 사업이 여야의 신경전 때문에 제동이 걸려 있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의 경우도 49건 중 11건(22.4%)이 보류됐다. 예산소위는 증액이 요구된 114건에 대해선 아예 심사를 안 했고, 감액 및 증·감액 사업 등 49건에 대해서만 겨우 심사를 진행했다.

국회가 정부요청 예산사업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가지고 꼼꼼히 따지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교문위의 경우 보류 건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제때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국립대학 실험실습실 안전환경 기반조성’을 신규 사업으로 편성했지만 예산소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예산이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지원사업과 중복되며 준비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대학실험실-국립대병원 지원 등 무더기 보류 ▼

[담합과 반칙의 예산심사]예산심사 직무유기


대학의 대입전형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610억 원)에 대해서도 야당의 300억 원 삭감 의견과 여당의 증액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지원예산 487억 원에 대한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야당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에 대해선 “국고 지원을 받을 만큼 시급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삭감 의견을 냈다.

해외 영어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가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지원하는 내용의 ‘영어능력평가시험 개발’ 사업도 심사가 완료되지 못했다. 정부는 18억4000만 원을 편성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응시 인원과 활용도가 모두 저조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문위의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관광산업 융자지원’ 사업의 경우 예산 4800억 원을 2400억 원으로 깎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 야당 의원이 “예산을 절반 삭감해 융자사업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비하고 점차 확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직접지원 방식보다는 이자지원 방식으로 전환해 관광기금의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여당의 반대로 ‘보류’ 결정이 내려졌지만 야당 측은 “지원 방식의 공정성 확보를 포함한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억 원 규모의 ‘창조관광기업 펀드 조성’ 사업도 야당 측은 “기존의 융자사업(4800억 원)에 펀드까지 조성하는 것은 재원의 유용한 활용으로 볼 수 없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직무유기#보육#급식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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