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시-국방부, 끝나지 않은 인방사 줄다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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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이전 논의 시작
수천억 비용부담에 협상결렬… 권익위도 2014년에만 5차례 중재 나서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동아일보DB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동아일보DB
인천시가 최근 중구 연안부두 옆에 있는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를 이전하기 위한 타당성 용역을 재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인방사는 인천항 등 국가 중요시설은 물론이고 수도권 서쪽 해역과 섬 등에 대한 방어를 책임지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면적이 22만8000m²에 이르는 인방사 이전 기본계획 및 타당성 용역을 의뢰해 12월까지 결과를 통보받기로 했다. 앞서 2012년 9월 용역에 착수했으나 국방부와 이전비용 분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난해 6월 용역을 중단했다.

인방사 이전 논의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10월 개통한 인천대교가 북한의 도발 등으로 폭격을 당할 경우 교량 잔해가 인천대교 북쪽에 있는 인방사 함정의 항로를 가로막아 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인천시는 같은 해 7월 국방부 국토해양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인방사 기지를 2015년까지 현재 위치에서 인천대교 남쪽의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해군이 이듬해 10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등에 용역을 의뢰해 이전 후보지를 조사한 결과 송도국제도시 끝자락에 건설 중인 인천신항 인근과 중구 무의도 일대가 적합지로 선정됐다. 이전비용은 인천신항은 4800억여 원, 무의도는 6300억여 원으로 추정됐다. 인방사 부지의 재산가치는 약 12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반대해 기지 이전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주민들은 “인천 신항 주변에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저장시설이 있기 때문에 해군기지가 이전하면 유사시 피폭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여기에 인천시와 국방부가 이전비용 분담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인방사 이전은 5년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국방부는 이전비용 전액을 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해각서(4항)에 ‘시가 인방사 이전 부지와 부대시설 등을 국방부에 기부하고, 국방부는 인방사 부지와 건물 등을 시에 양여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10조 원이 넘는 부채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는 인방사 부지의 재산가치를 초과하는 이전비를 모두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해각서(8항)에 ‘이전 규모와 비용 등 세부사항은 별도의 이행 합의서를 체결한다’는 조항을 들어 이전비 분담률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을 요구해왔다.

인방사 이전 문제가 수년째 공전을 거듭하자 결국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권익위는 올 들어 갈등 조정회의를 5차례나 열어 “협의에 진전이 없다고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지속적인 협의를 위해서라도 용역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시에 권고했다.

인천시는 용역 결과에 따라 국방부와 이전 후보지, 부대 이전과 사업비 규모, 비용 분담 등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전 후보지는 인천신항과 무의도에 국한하지 않고 제3의 장소도 검토 대상에 넣기로 했다. 인방사가 이전하면 현 부지에 인천종합어시장 등을 새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전 후보지와 규모, 비용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협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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