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가수 한명 안와도 대박… 함평 국향대전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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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1위 축제’ 2014년도 20만명 찾아

해마다 늦가을에 전남 함평군에서 열리는 ‘국향대전’은 작지만 알찬 축제다. 함평군 엑스포공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5만 송이 국화로 장식한 독립문 조형물을 지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해마다 늦가을에 전남 함평군에서 열리는 ‘국향대전’은 작지만 알찬 축제다. 함평군 엑스포공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5만 송이 국화로 장식한 독립문 조형물을 지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2일 오후 전남 함평군 함평읍 엑스포공원. 중앙광장 입구에 노랗고 하얀 국화로 장식된 독립문을 보고 관람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이 조형물은 높이 14.28m, 폭 11.48m의 독립문 실제 크기 모형을 5만 송이 국화로 꾸민 것이다. 쑥 뿌리에 국화를 접목해 1331송이의 꽃을 피운 ‘천간작(天干作)’도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쑥이 대국(큰 국화꽃)을 머리에 이고도 끄떡없다는 게 신기한 듯 관람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17일간 펼쳐진 ‘2014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9일 막을 내렸지만 엑스포공원에는 그윽한 국화 향기를 맡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1일 하루에만 1300여 명이 찾았다. 함평군 엑스포공원사업소 윤형중 주무관은 “축제가 끝났는데도 관람객 발길이 이어져 전시물을 철거하지 않고 이달 말까지 놔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 전국 395개 축제 중 수익률 최고


지난달 안전행정부는 광역자치단체 5억 원, 기초단체 3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행사와 축제의 원가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국향대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한 395개 행사와 축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8억9000만 원의 예산으로 7억여 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려 총원가 대비 수익률 78%를 기록했다. 올해 축제 입장객은 지난해보다 1만1000여 명이 늘어난 20만119명으로 집계됐다. 입장료 수입은 지난해보다 3900여만 원이 늘어 7억4780만 원이었다.

국향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알찬 축제로 평가받은 비결은 소모성 예산을 줄이고 축제 기획부터 전시, 행사 진행을 공무원과 군민들이 직접 맡은 것이다. 함평군은 대부분 자치단체들이 축제를 기획사에 맡기는 것과 달리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팀을 꾸려 전시 프로그램을 짠다. 인기가수 초청공연이나 불꽃놀이 등을 없애고 시낭송회 사생대회 사진전 등 꽃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축제에 필요한 100억 송이 국화를 자체 조달하는 대량 생산체계를 갖춘 것도 예산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작품용, 분재용, 품종관리용 대국 200여 종, 소국 2000여 종을 키우고 엑스포공원사업소에서는 국화를 재배해 축제 때 선보인다.

○ 이벤트 없애고 주민이 축제 진행

주민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인건비 지출도 크게 줄었다. 새마을부녀회 여성방범대 모범택시회 등 봉사단체 회원과 학생 등 2000여 명이 축제기간 행사장에 나와 청소를 하거나 관람객 안내를 맡았다. 안병호 함평군수는 “이벤트성 행사를 없애니 축제 예산이 40%나 줄었다”며 “공무원과 주민의 봉사정신도 축제 성공의 밑거름이다”라고 말했다.

가을 명품 축제로 자리 잡은 국향대전이 추구하는 콘셉트는 3가지다. 무엇보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테마 위주의 전시회로 꾸미고, 동호회 회원과 함께 만들어 가며, 국향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9층 꽃탑, 10m 규모의 ‘국화 숭례문’, 시간이 흐르면 색깔이 변하는 국화로 만든 ‘마법의 성’, 에펠탑, 첨성대, 거북선 등 축제 때마다 색다른 국화 조형물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조성한 국화동물원은 사진촬영 명소가 됐다. 국향대전이 성공하면서 함평을 알리는 동호회 회원도 3000명 넘게 생겼다. 전국의 동회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함평농업기술센터에 모여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고 만든 작품을 국향대전에 출품하고 있다. 국향대전은 지역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 축제기간에 지역 농특산물, 기념품, 음식점 등 현장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1억1700만 원 늘어난 11억4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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