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활]박성현 남정욱의 ‘허위와의 투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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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권순활 논설위원
한국은 거짓선동에 휘둘려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치른 경험이 적지 않다. 서울 도심을 약 100일간 폭력과 혼란으로 몰고 간 2008년의 ‘광우병 소동’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그런 위험은 남아 있지만 예전보다 현저히 기세가 떨어졌다. 허위와 위선에 맞서 싸우는 자유주의자들이 늘어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비(非)주사파 계열 학생운동권의 핵심 멤버였다가 1990년을 전후해 극좌 혁명론의 오류를 절감하고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지식인의 길을 택했다. 그는 인터넷 칼럼,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자유통일-세계시장의 3대 가치를 역설하면서 ‘친북 떼촛불 전체주의’ 및 그에 부화뇌동하는 세력의 허구를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박성현은 그젯밤 내게 “2008년의 광우병 선동을 보면서 저런 식의 거짓과 루머가 공공연히 먹히는 잘못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공산 전체주의, 나치 전체주의, 천황 전체주의라는 세 종류의 전체주의를 뒤섞은 ‘최악의 짬뽕 전체주의’가 ‘김일성 사교(邪敎) 전체주의’라고 규정한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 때는 “주사파는 김일성을 ‘위수동’(위대한 수령 동무)이라고 불렀다. 나는 김현을 ‘위의동’(위대한 의원 동무)이라고 부르고 싶다. 국회의원이라 불리는 인종들의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각성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살신성인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박성현보다 8년 늦은 1985년 대학에 입학한 남정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굳빠이 386’ ‘굳빠이 전교조’ 등의 책을 통해 친북좌파 및 강남좌파의 허위의식을 고발했다. 남정욱은 젊은 시절 자신이 목격한 386 운동권 사고(思考)의 핵심을 반미, 친북 민족주의, 반(反)대한민국으로 진단한다. 특히 “지금 풍족하게 살면서 어설픈 부채의식이나 20대 시절 이념의 영향 때문에 법조계 교육계 관계 등에서 운동권식 행태를 보이는 일부 386세대가 큰 문제”라고 했다. ‘불평사회 작별기’에서는 일이 잘 안 풀리면 부모 탓, 세상 탓, 국가 탓만 하게 하는 ‘불평을 조장하는 사회’ 풍조가 만들어낼 개인적, 국가적 불행을 경고한다.

박성현 남정욱 외에도 우리 사회 일각의 거짓과 맞서 싸우는 전사(戰士)는 적지 않다. 살아온 삶에서 인간적 존경심마저 느끼게 하는 복거일 작가, 반(反)시장적 선동과 맞서온 김종석 좌승희 현진권 최승노 이주선 박사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남의 논문 표절 의혹을 성토하던 상당수 강남좌파 지식인과 정치인들의 논문이 ‘복사기’ 수준의 표절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 등을 들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권력 이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요즘 언론사 닷컴의 뉴스분야 순방문자 수 1, 2위를 다투는 동아일보의 동아닷컴과 조선일보의 조선닷컴은 대한민국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언론사가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매체를 봐도 뉴데일리 데일리안 미디어펜 같은 우파 매체 방문자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같은 좌파 매체를 웃돌 때도 적지 않다. 6년 전 어느 언론학자에게 인터넷에서의 이념 분포를 물었을 때 “좌파 쪽이 9 대 1이나 8 대 2 정도로 우세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던 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의 변화다.

정치도, 경제도 위기 징조는 커지는데 돌파구는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의 거짓과 위선, 무지(無知)와 폭력의 껍질만 털어낸다면 재도약의 희망은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의 심층에서 조용하면서도 도도하게 확산된 ‘허위와의 투쟁’이 그런 변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거짓선동#박성현#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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