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방산비리 척결” 시정연설, 대통령은 1년간 뭘 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防産) 및 군납 비리 같은 불법 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공직 혁신과 부패 척결을 이루지 않고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도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원전과 방위사업 등을 거론하면서 “각 분야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기득권을 과감히 부수겠다”며 거들었다. 어제 연설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주장한 것도 지난해 시정연설과 비슷하다. 마치 1년 전 국회 시정연설 원고를 다시 서랍에서 꺼내 읽은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비리를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을 왜 1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들어야 하는가. 지난해는 박 대통령 임기의 첫해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방위산업과 군납 비리는 1년 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았다. 공공 개혁도 실적이 부진하다. 공직혁신과 부패방지를 위해 박 대통령은 김영란법과 유병언법을 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정치권에 촉구해 왔지만 그동안 정부 역시 ‘법 타령’ 말고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어제 “창조경제를 뿌리 내려 우리 경제를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전환시키고 규제 개혁을 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이번에는 왜 혁신경제라는 말이 나오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하고, 특히 의료 관광 등 서비스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어떤 실적을 냈는지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 개혁이라는 말만 무성했지 아직도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계은행의 기업 환경 평가에서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등에 올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세계은행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낮춘 것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와는 별 관련이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판에 박힌 말로 공공 개혁과 경제 개혁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동안 집행하지 못한 정책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개선 의지를 밝혔더라면 더 큰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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