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를 완벽 재현한 소셜 스릴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신과醫-프로파일러-영화평론가 세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데이비드 핀처의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는 부부 관계가 웬만한 스릴러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입소문의 힘으로 나흘 만에 약 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 외화로서는 최고 기록이다. 사진은 실종된 아내 에이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기자회견을 하는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의 부모.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나를 찾아줘’는 부부 관계가 웬만한 스릴러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입소문의 힘으로 나흘 만에 약 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 외화로서는 최고 기록이다. 사진은 실종된 아내 에이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기자회견을 하는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의 부모.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잠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겉보기엔 완벽한 부부,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 에이미가 실종된다. 유명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인 에이미가 사라지자 세상은 떠들썩해지고 남편 닉은 용의자로 몰린다.

‘나를 찾아줘’(원제 Gone Girl·사라진 여자)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10번째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에 149분의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23일 국내 개봉 후 나흘간 50만 가까운 관객이 들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부부 관계를 소재로 한 색다른 범죄 스릴러물을 정신과 전문의, 프로파일러, 영화평론가가 다른 시선으로 봤다.

○ “나쁜 남자와 무서운 여자가 만나면…?”

2000년대 초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피터슨 부부 사건이 떠오른다. 성탄절에 실종된 아내가 임신한 채 토막 난 사체로 발견됐고, 남편이 “난 죽이지 않았다”고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원작자인 길리언 플린이 이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비튼 것 같다.

영화는 남성의 ‘바기나 덴타타(VAGINA DENTATA·이빨 달린 여성성기)’ 공포를 잘 드러낸다. 이는 성행위로 인한 거세, 여자의 지나친 속박으로 존재감이 상실되는 심리적 거세에 대한 남자들의 공포를 뜻한다. 에이미는 늘 대우받아야 하고 상대의 결점을 참지 못하는 경계성 인격 장애자다. 이런 여자와 사는 남자들은 엄청난 구속감을 느낀다. 닉은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는데,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성숙한 남자였다면 조용히 헤어졌을 거다.(강동우 정신과 전문의·성의학 전문가)

○ “범죄를 좀 아는 감독이 만든 영화”

디테일에 감탄했다. 부부가 사는 집의 벽엔 그림이 거의 없고, 작은 인물 사진을 구석에 몰아 놓았으며, 여타의 미국 가정과 달리 개가 없다. 이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자의 특성을 보여준다. 소시오패스는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부각된 사진을 잘 걸어 두지 않는다. 또 감정 소통을 거부해 손이 많이 가는 개는 키우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는 범죄에서 정밀함을 자랑하지만 때로 엉뚱한 실수를 저지른다. 집을 나간 에이미가 위험한 텐트촌에 거처를 마련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커터칼 살해’ 장면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오버’한 것 같다. 살해 경험이 없고 힘이 달리는 여성은 커터칼보다는 독이나 자신에게 친숙한 무기를 사용한다.(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 “소셜 스릴러 감독이 그려낸 미국 중산층”

핀처 감독은 사회상을 담은 소셜 스릴러물을 자주 만들었다. ‘세븐’(1995년)에선 당시 생소했던 사이코패스를 소개했고, ‘파이트 클럽’(1999년)에는 획일적인 현대 사회를 반영했다. ‘나를 찾아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미국 중산층 붕괴를 담고 있다. 닉과 에이미 부부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 역시 이 사태 이후부터다.

핀처 감독은 특정 장면을 어디까지 보여주고 끊을지, 어떤 구도로 화면을 잡을 때 관객의 마음이 움직일지 정확히 안다. 에이미가 전 남자친구 집에 머무를 때 공간을 담은 카메라의 시선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영화평론가 강유정·김봉석)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나를 찾아줘#데이비드 핀처#소시오패스#스릴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