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조, 선상 발전소, 바이오칩… 미래 이끌 기계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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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계기술이 미래 첨단 기술 개발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소자를 연속으로 생산하는 디지털 제조, 배 위에 건설한 화력발전소, 성능을 향상시킨 바이오칩(왼쪽부터) 등 기계기술은 첨단 융합 기술의 근간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기계연구원·월러 마린 제공
최근 기계기술이 미래 첨단 기술 개발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소자를 연속으로 생산하는 디지털 제조, 배 위에 건설한 화력발전소, 성능을 향상시킨 바이오칩(왼쪽부터) 등 기계기술은 첨단 융합 기술의 근간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기계연구원·월러 마린 제공
‘기계’ 하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기계적’이라는 수식어는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기계기술이 에너지, 바이오 등 융복합 기술 개발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첨단 기술 개발의 첨병으로 떠올랐다. 한국기계연구원이 24일 개최하는 ‘미래기계기술포럼 코리아’에서 화두로 떠오른 3대 기계기술을 뽑아봤다.

○ ‘인더스트리 4.0’ 이끄는 디지털 제조

현재 기계기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3차원(3D) 프린팅을 필두로 한 ‘디지털 매뉴팩처링(제조)’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해마다 10억 달러(약 1조550억 원)를 투입하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국가네트워크(NNMI)’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디지털 제조에 전력하고 있다.

첫걸음으로 2012년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에 국립첨단제조혁신연구소(NAMII)를 세우고 제조혁신연구소(IMI)를 45개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디지털 제조뿐만 아니라 설계 혁신, 가볍고 현대적인 금속 제조, 차세대 전력전자 장비 제조 등을 추진한다.

박천홍 기계연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장은 “기계가 다른 기계와 소통하고 사용자에게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앞두고 디지털 제조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계연은 이에 대비해 기계의 성능을 사전에 컴퓨터로 시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계의 정밀도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개발을 마쳤다.

○ 배 위에 짓는 화력발전소

에너지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기술에도 기계기술이 핵심이다. 최근 석유 고갈 위기 속에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셰일가스가 부상하면서 셰일가스 기반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송하는 LNG 운반선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기계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지난해 기계연은 경상남도와 함께 김해시에 LNG 극저온기계기술시험인증센터를 구축해 LNG 운반선에 필요한 주요 설비의 안정성을 인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바다 위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복합발전 플랜트(FccPP)’는 미래형 발전소로 꼽힌다. 화력발전소를 배 위에 지은 것으로 연료 저장·공급 설비까지 갖춰 어디서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70기 정도가 개발됐는데, 기계연은 LNG를 활용한 140MW급 FccPP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플랜트는 개성공단에 필요한 전력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박성환 기계연 시스템신뢰성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육상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시간과 공간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전력 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바이오칩 성능 좌우하는 기계기술

기계기술은 바이오칩이나 바이오센서 등 바이오기술(BT)과 융합하며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바이오칩은 한 방울의 침이나 피를 카드만 한 칩에 흘려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생명현상 등을 분석하는 장치이다. BT와 나노기술(NT)에서 출발했지만 기계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재종 기계연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장은 “기존 바이오칩 내부에 기계기술을 활용해 미세한 패턴을 만들면 면적을 넓힐 수 있어 감도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포럼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하는 바이오칩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루크 리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초미세 공정을 만드는 나노 기계기술과 생체 특성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회로기술 등 바이오칩에는 기계기술이 핵심”이라며 “최근 첨단 의공학 장비 개발에는 기계기술과의 융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미래기계기술포럼 코리아#인더스트리 4.0#바이오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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