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 官-勞에 휘둘리지 않을 시스템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윤종규號 숙제-인선 뒷얘기

그동안 정권 실세에 줄을 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서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진 KB금융지주 회장에 내부 출신인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뀔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윤 내정자가 KB금융의 과거 위상을 회복하는 데 성공하려면 관치(官治)와 노치(勞治) 등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막전막후, ‘캐스팅보트’ 행사한 이경재 의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사외이사(회장후보추천위원) 8명의 표심은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 인사에 각각 4표씩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출신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윤 내정자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지지가 딱 절반으로 나뉘었던 셈이다.

이 같은 백중세는 병원 입원으로 회추위 회의에 불참해왔던 이 의장이 22일 최종 후보를 뽑는 회의에 참석하면서 깨졌다. 1차 투표에서 윤 내정자는 5표, 하 행장은 4표를 받았다. 이 의장은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직을 추스르는 일은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잘한다”며 내부 출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의장이 윤 내정자에게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1차 투표에서 하 행장을 찍었던 사외이사 1명이 마음을 돌리면서 2차 표결에서 6 대 3으로 승부가 갈렸다. 윤 내정자는 투표 전 진행된 면접에서 KB금융의 과제와 비전을 제시한 프레젠테이션(PT)으로 이사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지원설이 퍼졌지만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면 끝”이라는 공감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만약 금융당국과 가까운 사외이사를 통해 압력이라도 넣었다가는 이사회가 바로 폭로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 안착시켜야”

전문가들은 윤 내정자가 KB금융의 발목을 잡아온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려면 정·관계는 물론이고 권력화한 노조나 사외이사들조차 개입할 수 없도록 투명한 내부 승계 및 인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회장과 행장 겸임 여부 결정과 이에 따른 국민은행장 선출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윤 내정자는 “행장을 따로 뽑는다면 지주 이사회 멤버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해 회장과 행장의 분리 체제로 갈 경우 은행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임을 시사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등기이사에서 제외시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행장의 권한을 축소한 바 있다.

윤 내정자는 또 “회장이 행장을 후계자로 육성할 책임이 있다.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잘 마련해 내부에서 회장을 길러내도록 하겠다”며 ‘외풍 차단’ 의지를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정치적 배경이 없는 인물이 내정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해소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이날 KB금융 주가는 1.56% 오른 3만9100원에 마감됐다.

회장 선출 작업이 일단락되면서 KB금융 이사회 개편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경영진 내분을 방치한 이사회도 ‘KB사태’에 책임이 큰 만큼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사회는 29일 주주총회에 상정할 회장 후보 추천안을 의결하면 사실상 회장 선출 업무를 마치게 돼 향후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자리 보전을 위해 친분이 있는 내부 출신 회장을 뽑았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며 “이사회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유재동 기자
#KB금융#윤종규#KB금융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