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슈트라우스에 영감을 준 ‘절반의 음악가’ 니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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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를 통틀어 음악과 철학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사진)만큼 음악과 밀접한 관계였던 철학자는 없다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는 음악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스스로 음악을 썼으며, 또한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니체와 바그너 사이 애증의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니체는 ‘음악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서문에서 ‘바그너는 나의 길을 앞서 나간 고상한 투사’라고 찬양했습니다. 자신이 그리스 비극에서 질서와 도취의 조화를 발견했는데 바그너가 그 길을 열어주었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그러나 훗날 니체는 바그너를 혐오하고 비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매혹돼 “이 작품은 독일의 우울한 분위기를 단번에 날려버리고 강건한 태양의 지중해 분위기 속으로 데려다준다”고 찬양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을 음습한 것, 우울한 것,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10대 때 음악에 심취해 작곡에 몰두했습니다. 9세에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고, 피아노곡과 가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관람한 뒤에는 여기서 영감을 받은 자작곡 ‘만프레드 명상곡’을 지휘자 한스 폰 뷜로에게 보냈지만 뷜로의 평은 끔찍했습니다. 이후 니체는 작곡의 뜻을 접고 철학에 전념하기로 결정합니다.

니체의 정신적 궤적은 이후의 작곡가들에게 이어졌습니다. 말러는 교향곡 3번 4악장에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져온 가사를 이용했습니다. 이후 말러는 니체의 사상에 대해 얼마간 거리를 두게 되지만, 니체는 그의 전 생애를 통틀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음악사에 미친 니체의 가장 커다란 영향으로는 말러의 벗이기도 했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96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슈트라우스는 이 곡을 통해 철학보다는 서사와 문학에 가까운 니체의 도전적, 영웅적 정신을 치밀한 음의 시로 형상화했습니다.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니체#말러#슈트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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