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비극의 땅 깨운 ‘잘살아 보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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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새마을운동, 아프리카 등 개도국 공적개발원조 새 모델로

경북도는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을 아프리카 르완다 무심바 마을에 파견했다. 올해 1월 봉사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 마을 주민들이 벼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모를 심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을 아프리카 르완다 무심바 마을에 파견했다. 올해 1월 봉사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 마을 주민들이 벼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모를 심고 있다. 경북도 제공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80분 거리에 있는 학사이 마을. 200여 가구 1150명이 모여 사는 작은 시골 동네다. 흑백사진 속 한국 농촌 같았던 이 마을은 5년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의 도움을 받아 마을 진입로 0.2km가 포장되면서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날리고 비가 오면 질척거려 다니기 어려웠던 마을 진입로는 주민들 스스로 포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학사이 마을은 새마을운동 세계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비어있던 마을 공터에 한국에서 들여온 개량종자를 심어 공동으로 수박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당도가 높은 한국 수박은 라오스 수박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옥수수 농사도 시작했다. 공동으로 농사를 지으니 이모작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가구당 소득은 1000달러에서 2000∼3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자급자족에 만족하며 ‘발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 안길을 포장하고 마을회관을 지었다.

○ 물고기 주는 대신 낚시 방법 가르쳐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처럼 1970년 새마을운동은 한국이 빈곤을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고 나자 폐기됐던 새마을운동이 공적개발원조(ODA)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한국이라는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거듭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40년간 아프리카 대륙에는 5700억 달러 상당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1인당 소득증가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물적 원조만으로는 발전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반성이 나오는 까닭이다. 새마을운동은 기술 전수와 의식 개혁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원조 방식과 다르다.

농촌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라는 것도 장점이다. 개발도상국 인구의 70% 이상, 빈곤 인구의 9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한다. 도로 포장부터 주택 개량까지 농촌의 현대화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새로운 원조 방식으로 새마을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 ‘미래’를 키우는 운동

새마을운동을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 가운데 하나인 교육열도 전파되고 있다. 1994년 내전으로 폐허가 된 르완다는 1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였다. 경북도는 르완다 무심바 마을에 새마을리더해외봉사단을 파견해 비극의 땅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

무심바 마을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습지가 있어 벼농사에 최적인 곳이다. 2011년 주민들은 시큰둥했지만 어렵게 설득해 벼농사를 시작했다. 수확을 거두자 주민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연소득이 4년 만에 43달러에서 297달러로 7배 가까이로 뛴 덕분이다.

소득이 오르자 마을 주민들은 유치원을 세웠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집에 방치하거나 업고 일하던 여성들의 생산량이 오르기 시작했다. 정연철 경북도 새마을봉사과 주무관은 “걷기 시작하면 일하는 다른 르완다 아이들과 달리 정규 교육을 받는 무심바 마을 아이들은 분명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와 새마을운동중앙회는 21일부터 나흘간 이런 사례가 발표될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새마을 지도자와 공무원, 전문가 등 40여 나라에서 4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새마을운동#아프리카#개발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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