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못한 구역 3곳 남아… 그게 실낱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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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개월… 실종자 10명 가족은 아직도 팽목항에]
“긴 기다림에 몸도 마음도 지쳐, 불면증-소화불량… 겨울이 걱정
인양 이야기 나오면 안타까워”

“그냥 아이를 기다립니다. 그럭저럭 밥도 먹고 운동장을 오가면서도 시선은 항상 아이가 돌아올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요.”

세월호가 침몰했던 4월 16일, 딸 다윤 양(17)을 잃었던 아버지 허흥환 씨(50)의 목소리는 이제 덤덤했다. 다윤 양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 가운데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 중 한 명이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꼬박 6개월 동안 전남 진도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다. 허 씨는 “(선체) 인양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직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매일 조금이라도 수색이 진전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16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머무르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실종자 권재근 씨(52)의 형 권오복 씨(60)는 “약을 먹지 않는 가족이 드물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전기장판 등 난방기구를 지원했지만 체육관 생활이 장기화되다 보니 감기부터 소화불량,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권 씨는 “동생과 조카만 찾으면 지금이라도 떠날 텐데 그저 기약 없이 기다릴 뿐이라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 차원에서 ‘겨울나기’를 위해 진도체육관을 떠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9월에는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지역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거처를 옮겨 달라”고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유가족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실종자 가족과 지역주민, 해양수산부 등이 참여하는 회의가 시작됐다. 한 실종자 가족은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 없으니 펜션을 빌리거나 인근 전남대 자연학습관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수색 인력이 세월호 내부에 들어가 보지 못한 공간이 아직 세 곳 남았다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오히려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다. ‘SP구역’으로 통칭되는 이 부분은 장애물이 많아 아직 수색을 끝내지 못했다. 권 씨는 “아직 수색 못한 구역만 찾으면 (시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모두 그 가능성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 인양 주장에 대해선 안타까워했다. 실종된 조은화 양(17)의 아버지 조남성 씨(52)는 “수색이 끝나기도 전에 인양 이야기가 너무 쉽게 나오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 인양은 인양 가능성과 소요 비용, 유가족들의 정서적인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며 “수색이 종료되더라도 바로 인양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철호 기자
#세월호#유가족#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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