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6000억 반도체 투자, 스마트폰 위기 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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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에 세계 최대 생산라인 건설
반도체 시장 성장에 선제 대응… 웨어러블 등 향후 IT수요도 뒷받침
기흥 - 화성공장과 연계 시너지 기대, 2015년 상반기 착공… 2017년 가동

《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건설할 이 공장에 총 15조6000억 원(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구축비용 5조6000억 원, 설비 설치비용 10조 원)을 투자한다고 6일 밝혔다. 착공 시기는 내년 상반기(1∼6월). 2017년 하반기(7∼12월)에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 창립 이래 단일 사업장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건설 및 가동 과정에서 약 15만 명의 직·간접 고용창출과 41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인한 실적 악화와 중국 전자 기업들의 거센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엔진’의 출력을 높인다. 경기 평택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투자는 규모 면에서 일단 파격적이다. 총 투자비가 15조6000억 원으로 삼성전자가 진행한 투자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중국 시안(西安)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7조3000억 원)에 비해서도 배 이상 된다. 현대제철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충남 당진시에 세운 일관제철소 투자 금액(10조 원)보다도 5조 원 이상 많다.

재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 사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 반도체 시장 2018년까지 꾸준히 성장 전망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결정 배경에는 반도체 시장의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인 IHS에 따르면 올해 3552억6200만 달러(약 376조5777억 원)인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18년에는 3905억4800만 달러(약 413조9809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는 물론이고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한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전자 업계에서 새로운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서도 반도체는 핵심 부품이다. ‘커넥티드 카’처럼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를 연결시킨 제품에도 반도체는 필수 부품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스마트폰만 해도 최근 중저가 제품들이 계속 나오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나 자동차 같은 분야에서도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에서 생산할 제품은 향후 시장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생산라인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2017년 하반기(7∼12월) 시장 상황을 검토한 뒤 중장기 전략에 따라 메모리와 시스템LSI 중 하나를 생산할 계획이다.

○ 막대한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건설 과정에서 약 8만 명, 가동 과정에서 7만 명 등 총 1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건설과 가동 과정에서 각각 약 15조 원과 26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총 282.2만 m² 규모인 평택 고덕산업단지에서 1차로 78.5만 m² 용지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삼성전자나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의 추가적인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차 전지와 의료기기같이 삼성그룹이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의 연구개발(R&D)이나 생산 관련 시설이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들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삼성전자의 평택 지역 투자는 글로벌 경영에서 ‘베이스 캠프’인 국내 사업장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평택산업단지 개발은 기존에 있던 기흥, 화성 등과 연계해 미래 주요 사업군의 R&D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일 오전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경기도시공사 사무소에서 열린 ‘투자·지원 협약 체결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공재광 평택시장,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남 지사는 “삼성전자의 조기 투자를 환영하고 지원이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평택=이세형 turtle@donga.com·주성원 기자
#삼성#스마트폰#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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