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 폐막]“이젠 평창올림픽”… 인천 ‘절반의 성공’ 반면교사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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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는 이미 개막했는데 숙소와 경기장은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칸막이 없이 나란히 세워진 2개의 변기는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거리에는 주인 없는 개 떼가 돌아다녔다. 올해 2월 겨울올림픽이 열린 러시아 소치의 풍경은 그랬다.

2012년 런던 올림픽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메인프레스센터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취재진이 몇 시간씩 갇혀 있었고, 관광객들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펜싱 신아람의 ‘1초 사건’, 수영 박태환의 실격 번복 등 오심도 빈발했다. 그렇지만 요즘 두 대회의 운영을 문제 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막식은 훌륭했고, 우려했던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운영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일부에서 ‘사상 최악의 국제 대회’라고 폄하하고 있는 인천 아시아경기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평가를 들을 수 있다. 대회 조직위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자평처럼 모든 게 성공적이었다고 하긴 힘들지만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앞선 두 대회와 인천 아시아경기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대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이다.

소치 올림픽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러시아 국민들의 정성이었다. 소치 올림픽에는 3만 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국내외 전역에서 왔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휴가를 내고 소치로 달려온 사람이 많았다. 순수한 의미의 자원봉사였기에 숙식비를 제외하곤 조직위로부터 돈을 받지도 않았다. 당시 만난 20대 자원봉사자 이리나 파노바 씨는 “내 생애 언제 다시 올림픽을 우리나라에서 보겠나. 힘은 들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런던에서는 자원봉사자로 나선 지역민들이 많았다. 푸근한 미소로 취재진과 관광객들을 맞아주던 노인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에 비해 인천은 시작부터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대회를 유치한 시장, 준비한 시장, 개회식에 참석한 시장이 모두 달랐다. 그 와중에 준비의 주체는 여러 차례 바뀌었고, 나중에는 대회 조직위와 인천시, 정부, 대한체육회가 모두 따로 노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직위 직원들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비난했고, 공무원들은 비공무원 출신 조직위 직원들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문제는 많았지만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었다. 근무시간에 카드놀이를 하거나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원봉사자는 그 산물이다.

개막식부터 불거진 이번 대회의 운영 미숙을 보고 벌써부터 2018년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사정이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이미 정부와 강원도, 강원도 내 유치 도시들 간의 의견 다툼이 심상치 않다. 아직 발주도 못한 경기장도 있다. 정부가 나서건 조직위가 앞장서건 하루빨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이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납득하고 공감해야 마음으로 응원하고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는 3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공사 중#평창올림픽#인천 아시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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