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창극 딜레마… 대통령의 결단 빠를수록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1일 03시 00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정홍원 총리의 국회 답변을 들으며 청문회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엔 자진사퇴 여부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통보를 받은 게 없다”고 답변했다.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지만 새누리당 분위기를 보면 문 후보자 인준안의 국회 통과는 물 건너 간 듯하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합하냐는 질문에 9%만이 긍정했을 뿐 ‘적합하지 않다’가 64%였다.

국정 공백도 장기화하고 있다.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4월 27일)한 이후 56일째 ‘식물총리’ 노릇을 하고 있다.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예산 집행, 인사도 곳곳에서 멈춰 섰다. 박 대통령이 귀국 직후인 23일쯤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요구서를 국회에 보낸다고 해도 청문회를 마치려면 20일 이상 걸린다.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부결되면 후임 총리 지명에서 취임까지 다시 25일가량 걸릴 것이다. 자칫 4월부터 시작된 사실상의 총리 공백 상태가 100일 가까이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문 후보자 문제에 집중돼 있지만 박근혜정부 제2기 내각과 3기 청와대의 ‘인사 참사’도 심각하다. 논문과 연구비 가로채기가 한두 건이 아닌 김명수 송광용 양대 교육수장(首長)에게 교육을 맡길 수 있느냐고 국민이 묻고 있다. 차떼기 돈을 배달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게 국정원 개혁을 맡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4지방선거 결과를 오독(誤讀)한 오만한 인사라는 비판이 하늘을 찌른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직무수행 부정평가율(48%)이 긍정평가율(43%)을 넘어섰다.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밤 귀국하는 박 대통령의 마음도 무거울 것이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친일 반민족분자’라는 너울을 벗겨내고 싶겠지만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자리는 아니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확신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즉각 청문 요구서를 국회에 보내기 바란다. 그렇지 못하다면 조속히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민의를 따르는 국정운영이다. 대통령의 자성과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문창극#국무총리#정홍원#박근혜#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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