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브라질] 절대남자 박주영, 리더가 돼야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3일 06시 40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국가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 플라멩고 훈련장에서 진행된 공개훈련 중 박주영이 슈팅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국가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 플라멩고 훈련장에서 진행된 공개훈련 중 박주영이 슈팅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월드컵 원정 8강 위해 꼭 필요한 것…대표팀 ‘컨트롤타워’

후배들의 움직임 꿰고있는 타고난 현장지휘관
천부적 재능·골 감각에 후배들 잘따르는 선배
역대 가장 어린 대표팀…위기서 중심축 필요
김신욱 “주영이 형 한마디에서 많은 걸 배운다”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홍명보호’의 최대 문제점으로는 리더 부재가 손꼽힌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홍명보호가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월드컵 본선무대에 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특히 최근 2차례 평가전의 거듭된 졸전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튀니지와 가나에 맥없이 무너진 것도 가슴 아팠지만, 위기의 순간 그라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아 더욱 답답했다.

대표팀이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에 입성한 12일(한국시간)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리더 부재가 화두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은 “전체를 봐야 한다. 중심 역할을 할 특정 선수가 없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집중력이 저하된 것이 패배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 명쯤 강한 통솔력을 지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박주영이 정답!

홍명보호는 역대 월드컵대표팀 가운데 가장 어리다. 장단점이 분명하다. 잘 될 때는 한 없이 분위기를 타기도 하지만,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홍명보 감독은 “모두가 각자 역할 속에서 리더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요즘의 위기론이 비롯된다. 다행히 홍명보호에 리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주영(29·왓포드)이다. 연령대로 보면 고참에 속하는데다 후배들 모두가 그를 잘 따른다. 이날 박주영은 “리더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23명 (최종엔트리) 모두가 대표팀의 리더가 돼야 한다. 난 단지 나이가 (동료들보다) 많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박주영의 존재감은 대표팀 내에서 절대적이다. 대부분의 태극전사들은 “모든 부분에서 (박)주영이 형의 실력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스트라이커로서의 천부적 재능과 남다른 골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6년 독일대회부터 계속된 월드컵 출전 경험 또한 돈 주고 살 수 없는 자산이다. 병역해결 과정, 특혜시비 등 그가 여러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후배들의 신망은 결코 깨지지 않았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터. 대표팀의 한 스태프는 “홍 감독이 총괄 책임자라면, 박주영은 유능한 현장 지휘관이다. 언젠가 A매치에서 하프타임 때 후배들에게 움직임과 위치를 세세히 지정해주던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 필드 밖에서도 리더!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의 모습도 특별하다. ‘차갑다’는 외부 인식과 달리, 박주영은 따스한 배려심을 지녔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며 거리를 좁힌다. 대표팀 소집기간 중 필요하다 싶으면 직접 코칭스태프에게 “후배들에게 도넛이나 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를 먹여주고 싶다”는 등의 건의를 통해 소통 분위기를 조성한다. 후배들에게 대화의 시간을 가장 많이 요청하고,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이도 박주영이다.

가나와의 평가전 0-4 참패 이후 자칫 침체될 수 있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되살린 것도 박주영이었다. 과묵해 보이는 선배가 수다쟁이로 통할 정도로 끊임없이 입을 열고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는데, 그 뒤를 따르지 않을 후배는 없다. 원톱 공격수를 놓고 경쟁 중인 후배 김신욱(26·울산)은 “(박)주영이 형의 따스한 한마디, 한마디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고 설명했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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