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반대 농성장 철거시작…주민 쇠사슬로 몸 묶고 저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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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농성장 철거 시작'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현장에 대한 강제철거가 시작됐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어 불상사가 우려된다.

밀양시는 11일 오전 6시께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이 진행됐다.

밀양시는 "반대 대책위 소유의 불법시설물을 6월2일까지 철거하도록 계고서를 송달했지만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아 대집행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정 대집행에는 밀양시 공무원 200명과 한전측 인력 200명이 동원됐다. 경찰 20개 중대, 2000여명도 배치돼 농성장 출입을 통제하는 등 행정 대집행 지원에 나섰다.

송전탑 반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녀 등 140여명이 현장에 집결해 행정대집행을 하려는 공무원과 이를 지원하는 경찰에게 항의하며 거칠게 반발했다.

공무원과 경찰은 움막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진 철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물러난 사람은 없었다. 20여 분간 실랑이 끝에 움막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강제로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농성장에서는 구덩이를 파고 휘발유와 가스통에 각목과 쇠사슬까지 준비했다. 철거 중 공무원과 경찰이 기함한 일도 있었다.

움막 앞뜰에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천막이 있었는데, 그 바닥 2m 깊이 구덩이 속에 일부 여성들이 상의를 벗고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있었기 때문.

게다가 구덩이 한켠에는 LP가스통이 2개가 있었다. 이에 놀란 경찰관들이 서둘러 가스통을 빼앗아 구덩이 밖으로 들어냈다. 주민들은 격렬히 저항을 하다 여경 등에 이끌려 구덩이에서 나왔다.

당초 경찰은 움막에 LP가스통과 휘발유, 시너 등 폭발성 있는 인화성 물질 등이 준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구덩이 밑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자 순간 크게 긴장했다. 하지만 큰 불상사 없이 행정 대집행이 진행됐다. 움막 철거에 1시간 넘은 시간이 걸렸다.

한편 밀양시는 이날 또 다른 송전탑 공사 현장이 있는 부북면 127번 공사 현장을 비롯해 3개 지역, 5개 움막에 대한 철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밀양 송전탑 농성장 철거 시작 소식에 누리꾼들은 "송전탑 농성장 철거 시작, 할머니들이 상의 탈의하고 몸까지 묶었다니", "송전탑 농성장 철거 시작, 가스통 휘발유라니 큰 사고가 나면 어쩌려고", "송전탑 농성장 철거 시작됐다. 큰 불상사 없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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