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이태양 “이글스 대체불가 투수 되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9일 06시 40분


한화 선발투수 이태양(24)이 1일 대전 SK전에서 5년을 기다렸던 시즌 첫 승을 따내며 선발 한축으로 든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과 이미지트레이닝으로 끈임 없이 노력해온 결실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선발투수 이태양(24)이 1일 대전 SK전에서 5년을 기다렸던 시즌 첫 승을 따내며 선발 한축으로 든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과 이미지트레이닝으로 끈임 없이 노력해온 결실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한화 이태양

5년 무명…2군서 하체단련하며 기회 노려
매일 100m 왕복달리기 140km대 구속 증가
6월1일 SK전 5년만에 기다렸던 데뷔 첫 승
롤모델 정민철 코치의 평정심 조언 큰 도움

“정말로 이글스에서 대체할 수 없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한화 이태양(24)은 2014년 6월의 첫 날, 대전 SK전에서 5년간 기다리던 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내야수 정근우가 챙겨준 기념구를 받아든 이태양은 곧바로 정민철 투수코치에게 달려갔다. “코치님, 오래 간직할 공이니 한 마디만 써 주세요.” 정 코치는 펜을 받아 들고 날짜와 함께 이렇게 적었다. ‘대체할 수 없는 투수가 되길.’

소중한 첫 승 공에 적힌 스승의 바람은 당장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태양은 올해 11경기 가운데 7번 선발등판해 1승3패, 방어율 4.04를 기록하고 있다. 숫자만으로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팀이 체감하는 그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진다. 5월 9일 대전 KIA전 7.1이닝 무실점, 15일 대구 삼성전 6이닝 2실점, 6월 1일 대전 SK전 7이닝 1실점, 그리고 7일 대전 삼성전 6.2이닝 4실점(3자책). 나무랄 데 없는 선발투수다. 올해 한화의 수확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이태양은 “확실히 이전보다 여유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끌고 가고 강약 조절을 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느껴가는 것 같다”고 했다.

● 무명에 가까웠던 5년, 몸도 마음도 자랐다

이태양은 2010년 입단했다. 신인드래프트 2차지명 5순위였다. 입단 당시에는 키 190cm·몸무게 89kg의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동기생 안승민이 한창 1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 2군에서조차 등판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7000만원이라는 적은 계약금만큼 주목도 덜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순천효천고) 때는 그냥 프로에 가면 어느 정도 기량을 쌓다가 1군에 가서 던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프로에 와 보니 2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실력은 인정받지 못했어도, 노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2군 훈련장이 대전 용전동에 있던 2010년에 항상 언덕을 달리면서 하체를 단련하던 이태양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귀띔했다. 스스로도 “열심히 달리고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고 자부했다.

그 사이 키가 2cm 더 크고, 체중은 100kg으로 불었다. 멈추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입단 3년차 때인 2012년에 비로소 기회다운 기회가 왔다. 2군에서 선발로 100이닝 이상을 던졌다. ‘붙박이 선발투수’로 성장해보자는 꿈을 처음으로 가졌다.

● 140km대 후반대 구속 증가의 비결은?

직구 구속 증가는 그 꿈의 좋은 밑거름이 됐다. 이태양은 “2년차 때까지 직구가 130km 중반 정도밖에 안 나왔다. 3년차 때 조금 끌어 올렸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진다. 이달 들어 최고 147km까지 찍었다. 비결이라면 오로지 단 하나. “끝없이 달리고 또 달린 것”이다. 성실하지 않다면 불가능했다.

이태양은 요즘 등판 다음 날에 꼭 200m 파워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100m를 있는 힘껏 왕복으로 달려 33초 안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비시즌에는 10세트씩 꾸준히 했고, 시즌 중에는 7세트를 한다. 그는 “솔직히 하면서는 정말 힘들다. 그런데 이게 끝나고 나면 힘들어도 뛰어야만 하는 이유를 느낄 수가 있다”며 “힘을 유지하고 체력을 관리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철 코치 역시 “밸런스를 잡고 파워를 증가시키는 데 좋은 운동이다. 태양이가 그렇게 뛰기 시작한 지 2년이 됐다”고 했다.

● 롤모델 정민철 투수코치 “평정심 유지하라”

이태양은 오래 전부터 정민철 코치를 롤 모델로 삼았다. 지난해에도 서산 2군 전용훈련장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남다른 사제관계를 유지해왔다. 이태양은 “신인 때부터 늘 닮고 싶은 분이었다. 코치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서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일부러 폼을 따라하면서 연습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코치의 애정 어린 조언도 마음에 새겼다. “선발투수라면 잘 던지는 날도 있고 못 던지는 날도 있는데, 잘 안 풀리는 날일수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고 하셨다. ‘마운드에서 너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말고 당당하라’고. 그래서 요즘은 경기 도중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7일 대전 삼성전에서 1회초부터 박석민에게 선제 3점포를 얻어맞고도 이후 6이닝을 흔들리지 않고 버틴 비결이기도 하다. 이태양은 “점수를 줬을 때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얼른 훌훌 털고 우리 팀이 따라갈 수 있게 1구 1구 최선을 다하는 데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정 코치는 오히려 그런 제자에게 고마워한다. “예전부터 내게 크게 혼나기도 하고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기분 상해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잘 따라와 줘서 대견한 마음 뿐”이라고 칭찬했다.

● 연일 계속되는 호투 “다음 등판 기다려진다”

이태양은 “요즘 다음 등판 날이 기다려진다. 빨리 다시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경기가 잘 풀리는 투수들의 기분 좋은 공통점이다. “이제는 조급함도 좀 없어졌다. ‘1군에 있어야 되는데’, ‘올해는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하는 마음들이 사라졌다. 그동안 잘 준비해왔으니 올해가 내게는 좋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 피칭을 한 후에는 자신만의 루틴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노력도 한다. 진짜 선발투수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이다. 그가 공개한 등판일의 징크스는 이렇다. “아침에는 무조건 10시30분에 일어나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다. 낮 12시가 넘으면 점심을 먹고, 집에서 방청소를 한다. 그냥 청소가 아니라 완전히 대청소다. 양쪽 팔로 힘껏 걸레질을 하다 보면 팔도 잘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야구장 ‘출근’ 시간도 정해져 있다. 무조건 경기 개시 2시간 전이다. 외야에서 몸을 풀고 플레이볼이 선언되는 시간만을 기다린다. 한화 마운드에 이태양이 뜨는 날, 그 날이 이제 한화에겐 ‘이길 수 있는 날’이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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