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송전선로가 쉼터인 철새와 공존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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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사회부
정재락·사회부
울산 태화강 대나무 숲에는 요즘 겨울 철새인 까마귀 ‘천국’이다. 낮 시간을 울산과 경남북에서 보낸 까마귀들이 대나무 숲으로 날아와 쉬고 잠을 잔다.

태화강변 대나무 숲(남구 무거동과 중구 태화동 일대)의 전체 면적은 16만여 m². 이곳에 까마귀 4만6000∼5만 마리가 매년 10월 초 날아와 다음 해 3월 초까지 지낸 뒤 시베리아 등지로 날아간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창오리가 많은 금강호와 동림저수지를 빼고 태화강은 전국 최대의 겨울 철새 도래지다.

까마귀가 떠나면 대나무 숲은 여름 철새인 백로 차지다. 4∼9월 4000∼6000마리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른다. 도심에 위치한 태화강 대나무 숲이 철새 도래지가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태화강의 수질이 맑아 먹잇감이 풍부하고 촘촘한 대나무 때문에 너구리와 수리부엉이 등 포식자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대나무 숲 위를 관통하는 송전선로(고리원전∼경북 북부지역)도 철새를 불러 모으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본다. 해질 녘이면 먹이 활동을 마친 까마귀 수만 마리가 송전선로에 앉아 휴식을 취한 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동틀 무렵에도 까마귀들은 송전선로에서 모였다가 먹이를 찾으러 날아간다. 송전선로에 빼곡히 앉은 까마귀는 장관이다. 이 광경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친구2’(감독 곽경택)에 소개됐을 정도다.

하지만 도심에 있어 주민 피해도 많다. 송전선로 아래 주택과 도로는 까마귀 배설물과 깃털로 빨래를 널기 어렵다. 창문도 자유롭게 열지 못한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도시 미관과 민원 해소를 위해서는 지중화가 바람직하다.

송전선로가 울산 도심을 전국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물론 울산시가 철새 배설물을 청소하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태화강 대나무 숲과 송전선로 그리고 이곳을 찾는 철새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묻고 있다.

정재락·사회부 raks@donga.com
#울산 태화강#까마귀#대나무 숲#철새#송전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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