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경제 엔진’ 기아車… 시민이 노조 설득해 생산 늘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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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2>46년 향토기업… 빛고을 희망이 된 기아자동차

《 광주는 기아자동차가 유일하게 ‘형님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다. 기아차의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은 현대차(41.2%)보다 11.7%포인트 뒤진 29.5%였다. 그러나 광주에선 기아차(37.1%)와 현대차(37.9%)의 점유율이 큰 차이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1968년 12월 준공(당시 아시아자동차)된 기아차 광주공장의 존재감 때문이다. 광주 시민들은 반세기를 함께한 기아차를 향토기업 중 첫손에 꼽는다. 최연홍 기아차 광주공장 종합관리실장(이사)은 “기아차는 광주 지역 1위 기업이란 자부심도 있지만 그에 따른 임직원들의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가장 넓은 왕복 16차로 도로인 ‘기아로’(기아차 광주 1, 2공장 사이 도로)를 지나다 보면 1공장 벽면에 걸린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 우리는 빛고을의 희망.’ 》  

○ 시장까지 나서 증산 합의 촉구

광주를 찾은 지난달 3일은 기아차 광주공장이 연말연초 휴가를 끝내고 새해 첫 가동에 들어간 날이었다. 시무식을 막 마친 어수선함 속에서도 공장은 활기가 넘쳤다. 기아차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2012년 말 증설한 2공장은 신형 쏘울과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는 기아차에 참 답답한 시간이었다. 증설에 맞춰 2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를 46.1대에서 66대로 늘리려 했지만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다. 기아차 노사는 그해 6월 시간당 58대 생산에 합의한 뒤 419명을 신규 채용했다. 결과적으로 기아차 광주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62만 대까지 늘리고서도 지난해 생산량은 48만 대에 그쳤다.

그나마 6월에라도 합의가 이뤄진 데는 광주시와 지역 기업인,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도 큰 몫을 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직원들은 지난해 5월에만 두 차례 기아차 증산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광주상공회의소 회장과 상근부회장이 수차례 기아차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조속한 증산을 요청했다. 강운태 광주시장도 같은 해 6월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를 찾아 힘을 보탰다. 최 이사는 “조합원들도 대부분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니 이웃들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9일 1년간 끌어오던 3공장의 봉고 증산 방안(시간당 23.1대→25대)에도 합의했다. 광주공장은 올해 전년 대비 10% 늘어난 53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 기아차가 살아야 광주도 산다


광주 지역 1090개 제조업체의 2012년 매출액 합계는 29조500억 원. 이 가운데 127개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매출액은 11조4106억 원으로 전체의 39.3%에 이르렀다. 특히 기아차 광주공장 한 곳의 매출액이 광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30%를 넘는다. 기아차 광주공장 직원은 7000명,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1만4000여 명이다. 광주 제조업 종사자 6만2400여 명의 22.6%다.

광주시는 2011년 경제산업국 전략산업과에 5명으로 구성된 자동차산업팀을 만들었다. 손경종 광주시 전략산업과장은 “기아차를 빼고는 광주를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광주 경제에서 기아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전담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시민들은 기아차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외환위기 당시를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다. 1998년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량은 1997년의 8분의 1 수준인 6만 대에 불과했다. 당연히 광주 경제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1998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기아차가 살아나자 광주 살림살이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지역 협력업체들의 성장 속도도 눈부시다. 광주 자동차산업 전체 매출액은 2002년 2조7200억 원(79곳)에서 2012년 11조4106억 원(127곳)으로 10년 만에 4배로 늘어났다.

기아차 협력업체인 호원은 ‘올 뉴 쏘울’(2013년 10월 출시) 부품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지난해 1월 광주 광산구 소촌동 1공장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또 올 상반기 ‘쏘울 전기자동차’ 판매를 앞두고는 100억 원을 들여 광산구 평동에 3공장을 지었다. 윤창권 호원 경영관리사업부장(상무)은 “기아차 회생 이후 호원을 비롯한 많은 지역 협력업체들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원은 기아차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2010년 터키로도 진출해 현대차 터키공장에 부품을 직접 납품하고 있다.

광주=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광주#경제 엔진#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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