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원목]유전자원 전쟁에 우린 잘 대비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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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올해 안으로 발효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제품을 팔아 벌이들인 수익은 자원을 제공한 원산지국과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의정서 발효를 위한 마지막 준비회의가 이달 말 평창에서 열린다. 이어 10월에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겸 제1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총회까지 개최된다.

‘타미플루’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스위스 ‘로슈’사는 원료자원을 제공한 측과 한 푼도 이익을 공유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다시 생길 수 없다. 자원 제공자와 사전합의를 거친 후 판매수익 중 일정 부분을 일종의 로열티처럼 공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이상 유전자원을 반출해갈 수 없도록 국제적으로 감시하고, 연구개발품의 특허 획득도 어렵게 된다. 의약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의 연구개발 업체도 그 직접적 규제 대상이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유전자원 이익공유 체제를 국내법으로 도입했다. 프랑스 ‘세로바이올로지크’사는 페루에서 자생하는 ‘사카잉키’라는 식물을 사용해서 오메가3 성분이 풍부한 화장품을 개발했지만 페루 정부와 토착민들의 반대로 특허 등록을 포기해야 했다.

미국의 미용회사인 ‘아베다’가 구사한 지혜는 본받을 만하다. 호주 토착 지역사회 그룹과 향수제품의 원료인 샌들우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t당 추가적으로 500달러의 로열티를 이익공유 명목으로 지불했다. 기업이 지역공동체에 이익을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지며 미용제품의 원자재 조달이 지역공동체 복지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익공유 체제를 단순히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요소로 간주하지 않고 제품 차별화와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다.

정부는 하루속히 의정서를 비준하고 관련 국내법령을 정비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보호 선도국가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야 한다. 의정서 비준을 미룬다고 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실리를 챙기는 건 아니다. 이미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이익공유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자원을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바이오산업의 생존전략을 생각해야 할 때다. 국제 의무 위반에 따른 위험을 평가하고 장기 기업전략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길밖에는 없다. 정부는 국내 유전자원을 외국 기업이 수탈해가지 않도록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관련 부처들이 효과적인 업무협조 체제를 갖추기 위한 국내 행정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고, 바이오기업들도 교육해야 한다.

자원 확보 전쟁 시대는 오래전에 시작됐다. 이제는 광물과 에너지 자원을 넘어 유전자원으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유전자원의 안정적 확보 여부에 미래 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 게다가 유전자원의 이용에 관한 국제 규제가 생물자원의 다양성 보호라는 국제환경 보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파급효과가 더 크다. 인류 공통과제인 환경보호를 위해 바이오산업의 이익을 공유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흔들 그 체제의 전모가 지금 평창에서 드러나려 하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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