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채권 대출사기’ 씨티은행도 180억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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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납품업체 서류 위조… KT자회사 협력업체 수법과 비슷
금감원 “실태파악후 개선案 마련”

17개 금융회사에서 KT 자회사의 협력업체가 연루된 3000억 원대 매출채권 관련 대출사기가 발생한 데 이어 한국씨티은행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180억 원 규모의 대출사기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납품업체가 매출채권을 가짜로 꾸며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았다.

금융감독당국은 매출채권을 이용한 대출사고가 반복되자 모든 금융사를 대상으로 매출채권 담보대출 운영 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삼성전자 납품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가 매출채권 등을 위조해 17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허위로 대출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이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현재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특별검사를 받고 있는 씨티은행에 추가 검사 인력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초부터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모바일용 터치패널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외 매출채권을 담보로 씨티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 회사는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선적서 등 수출 관련 서류를 위조해 해외 매출 규모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대출금 상환이 연체되자 은행 측이 삼성전자 중국법인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면서 허위 매출채권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금은 피해금액이 180억 원 정도지만 대출 잔액이 추가로 확인되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1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업체에 대해 매출과 자산을 허위로 부풀려 2012년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로 과징금 3억6000만 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13일부터는 주식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이번 디지텍시스템스 해외 매출채권 대출사기는 가짜 매출채권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 8곳이 짜고 벌인 3000억 원대 대출사기와 기본적인 구조가 비슷하다.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물품 구매기업이 납품업체에 어음 대신 채권을 지급하면 납품업체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조기에 현금화하는 구조다. 채권이 만기가 되면 구매기업이 대신 대출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식이다.

매출채권을 이용한 대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은행들의 여신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매 대기업의 변제 능력만 보고 은행들이 납품업체의 매출채권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씨티은행 대출사기도 대기업인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이라는 이유로 은행이 심사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고 구매기업의 신용도를 파악해도 납품업체가 관련 서류를 위조하면 진위를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실태를 파악해 조만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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