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운전 중 TV 시청은 살인적 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도로교통법은 차량 운전자에게 전방 주시(注視) 의무를 지운다. 사람 눈은 두 방향을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차 안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쪽으로 곁눈질하면 전방 주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주행 방향에 DMB를 놓는다고 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의가 분산될 뿐 아니라 눈의 초점거리가 달라져 멀리 있는 물체는 망막에 제대로 상이 안 맺히게 된다.

10일 밤 부산 광안대교에서 자동차끼리 경미한 충돌 사고가 일어난 뒤 운전자가 수습을 위해 다리 위로 내렸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사람을 친 차량에 장착된 DMB에선 소치 겨울올림픽이 중계되고 있었다. 재작년에도 25t 화물차 운전자가 DMB를 보며 운전하다 도로 주행을 하던 사이클 선수들을 치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운전자의 33%가 “운전 중 가끔 또는 자주 DMB를 본다”고 답했다. 한 트럭 운전자는 본보 취재팀에 “심야에 고속도로를 60∼70km의 저속으로 달리는 트럭은 십중팔구 DMB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DMB를 보면서 운전할 경우 전방 주시율은 58.1%로 크게 떨어진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로 운전할 때의 71.1%보다 훨씬 낮다. 국내 사망 교통사고의 원인 중 전방 주시 태만이 63%로 신호 위반, 과속, 음주보다 많다.

새로운 교통법규 시행으로 14일부터 운전 중 DMB 시청이 처벌 대상이 되지만 범칙금은 4만∼7만 원, 벌점은 15점에 불과하다. 영국은 운전 중 DMB를 켜놓기만 해도 최고 1000파운드(약 175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국내 차량의 상당수가 DMB 수신 기능이 있는 내비게이션 기기를 달고 있다. 달리는 차량의 DMB 시청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에 어떤 기기를 쓰고 있든 상관없이 운전 중 TV 시청이 불가능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차단 의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운전#DMB#도로교통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