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자기PR 시키고… 공사장 사고때 대처방법 물어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용부-商議 공동설계 ‘핵심직무역량 채용시스템’ 도입 기업 확산

화려한 스펙 대신 능력과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새로운 채용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올해 처음으로 연 채용설명회인 ‘오픈하우스’ 모습. 현대모비스 제공
화려한 스펙 대신 능력과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새로운 채용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올해 처음으로 연 채용설명회인 ‘오픈하우스’ 모습. 현대모비스 제공
《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직원이 되고 싶나요?”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겠습니다.” 기업의 입사면접 때 흔하게 나오는 질문과 답변이다. 이런 평범한 질문은 추상적인 포부 위주의 일반적인 답변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검증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장에서는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온다. 》  

올해 상·하반기에 각각 실시된 현대모비스 신입사원 채용 때 면접관들은 지원자에게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예측하고 분석해 기여했던 경험을 설명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 내용에 따라 “본인이 처리한 구체적인 일은 무엇이었느냐?” “본인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등 심층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지원자는 수월하게 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쩔쩔 맬 수밖에 없다. 안재형 현대모비스 인재채용팀장은 “개인의 포부 의지 같은 추상적인 답변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잠재능력이나 경험을 ‘추적 질문’ 방식으로 면접전형을 바꿨다”고 말했다.

○ 기업 채용문화 ‘바꿔!’

현대모비스는 채용설명회부터 변화를 줬다. 올해 3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자리한 마북연구소에서 이른바 ‘오픈하우스’ 행사를 처음 열었다. 보통 강당에서 많이 열리는 채용설명회를 회사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연구소에서 개최한 것.

이날 연구소를 찾은 1200명의 취업준비생도 진지하게 채용설명회에 참가했다. 이날 채용절차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선배 사원들이 직접 입사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즉석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5분 PR’도 눈길을 끌었다.

입사서류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소개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지원동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라’ ‘지금까지 살아온 자취를 기술하라’ 같은 두루뭉술한 질문이 많았다. 이제는 이런 질문이 사라지고 ‘현대모비스에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사례로 설명하라’ ‘본인이 도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임을 사례로 설명하라’는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심층질문 중심의 창의성 면접, 지원자들이 토론과 협의를 거쳐 해법을 찾는 ‘집단다면과제’ 등도 새로 도입됐다. 안 팀장은 “새로운 채용절차를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됐지만 단순히 우수한 사람을 떠나 회사의 가치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10월 실시한 신입사원 채용 때 회사 특성을 반영한 발표면접을 진행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상황을 제시한 뒤 건설 토목 기계 등 지원분야에 따라 대처방법을 발표하게 한 것.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함께 순발력 적응력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견기업 코리아에프티는 입사지원서에 학력 학점 영어점수 등 이른바 스펙 작성란을 모두 없앴다. 그 대신 지원분야에 대한 교육 수료 및 자격증 소지 여부만 쓰도록 했다. 엄태원 인사총무팀장은 “회사 업무에 가장 필요한 내용만 확인하기 위해 이력서 양식을 바꿨다”며 “능력 중심의 평가를 위해 앞으로 채용절차를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능력 중심의 평가모델 확대

청년 취업이 계속 어려워지면 이른바 스펙 경쟁도 치열해진다. ‘5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8대 스펙(5대 스펙에 봉사활동 인턴 수상경력 포함)’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이 원하는 건 스펙이 아닌 실제 업무능력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만든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은 기업들이 구직자에게 원하는 요구를 반영해 만든 채용시스템. 올해 30개 기업에 시범적으로 보급됐고 내년에는 180개 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기창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국장은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이 더 많은 기업에 확산되고 보편화되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고용부#현대모비스#핵심직무역량#채용시스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