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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절망의 땅에서도 희망은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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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절망의 땅에서도 희망은 움튼다

동아일보입력 2013-12-17 03:00수정 2013-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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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까마귀가 있는 겨울, 1862년, 캔버스에 유채, 60×73cm.
‘만종’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는 대중적인 인기도가 무척 높다. 밀레의 그림만큼 전 세계적으로 복제되어 전파된 사례도 찾기 힘들 정도다.

대중이 밀레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땀 흘리며 일하는 농민상을 서정적인 분위기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친숙한 화가라는 베일을 걷으면 뜻밖의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당시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았던 현실비판적인 화가이기도 했다. 들판에 버려진 쟁기와 쇠스랑, 농기구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 죽음의 사신처럼 느껴지는 까마귀 떼가 대지를 점령한 겨울 풍경화가 그 증거물이다.


밀레는 왜 죽음의 땅을 연상시키는 암울한 풍경화를 그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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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빈곤과 농촌의 비참한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회화 버전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두 작품은 그림의 제작연도와 소설의 발행연도가 같고 빈민들의 고통에 주목한 점도 같다. ‘레미제라블’에는 이 풍경화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 나온다.

그날 저녁은 마리우스에게 심각한 동요를,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 슬픈 그늘을 남겼다. 그가 느낀 것은 밀의 씨앗을 뿌리기 위하여 쇠 연장으로 땅을 팔 때 땅이 느낄지도 모를 그런 느낌이었다. 그 순간에 땅은 오직 상처만을 느낀다. 싹을 틔울 때의 몸부림과 열매 맺는 기쁨은 나중에야 온다.

밀레의 위대함은 절망의 땅에서도 생명의 빛을 보았다는 것. 저 지평선 너머를 보라. 밝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은가. 밀레는 죽음의 계절이 곧 시작의 계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겨울 풍경화를 그린 것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밀레#농민상#현실비판적인 화가#빈곤#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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