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신나는 진로]“공연안내 같은 작은 경험도 쌓이면 예술적 감각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연기획 분야 진로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서울문화고 2학년 이주은 양(가운데)은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왼쪽)과 최명준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 차장(오른쪽)을 최근 만났다.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서울문화고 2학년 이주은 양(가운데)은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왼쪽)과 최명준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 차장(오른쪽)을 최근 만났다.
뮤지컬, 연극, 발레, 콘서트 등 공연 분야는 문화예술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는 분야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많아지면서 ‘공연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환상을 갖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이주은 양(서울문화고 2년)은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의 도움으로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과 최명준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 차장을 1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만났다. 이 사장은 1963년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으로 공연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세종문화회관 사장, 성남아트센터 사장 등을 역임한 공연기획 분야 전문가다.

환상을 깨고 경험 쌓아야

“공연기획 분야는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저는 졸업 후에 취업과 대학진학 중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이 양)

이 사장은 “일반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소양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기획은 평소 쌓아온 인문·예술적 소양에서 나온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막연한 동경으로 도전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학문을 익혀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충무아트홀의 신입 공연기획자 공채 경쟁률이 150 대 1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공연기획자는 하나의 공연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작품 선정부터 홍보, 마케팅까지 많은 과정을 총괄한다. 최 차장은 “뮤지컬 페스티벌, 지방의 공연 축제 등에서 이뤄지는 기획들에 참여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학생들이 인턴의 신분으로 공연 관련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은 공연안내, 티켓발권 등 간단한 업무가 대부분이다. 적지 않은 학생이 이런 경험은 경력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장과 최 차장은 “간단한 안내 업무도 공연 전체 구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관객들을 직접 만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큰 기회를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현장에서의 작은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나가면 공연기획자가 됐을 때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공연기획자는 아티스트,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므로 언제 어떤 사람과 또다시 관계를 맺게 될지 모른다”며 “현장경험을 통해 사람과 관계 맺는 법도 체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적 감각·안목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공연기획자에게 필요한 예술적 감각과 안목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길러진다. 이 사장은“요즘도 영화는 일주일에 1편 이상 꼭 본다. 오페라, 뮤지컬도 의무적으로 챙겨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잠시 들렀던 음식점의 불빛, 스쳐간 음악도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된다”며 “기회가 되면 해외에 나가서 식견을 넓혀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이런 역할에는 이 배우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려의 기술 필요해

이 사장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공연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고 말했다. 공연기획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 예를 들어 조명 담당 기사가 공연기획자가 요구한 특정 조명 기술의 사용이 어렵다고 한다면 “어떻게든 되게 하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건 이래서 필요하다’고 조목조목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최 차장은 “배려할 줄 아는 공연기획자가 아티스트, 연출가, 무대디자이너로부터 신뢰를 얻어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자는 ‘소통의 장’인 무대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의외의 장소, 상황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죠. 대인관계를 넓히고 친화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보세요.”(이 사장)

▼ 급여 적어도 ‘즐긴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
전문가들이 밝히는 ‘공연기획’분야 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기획자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구자흥 명동예술극장 극장장, 안호상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유인택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장,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인재진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 대표 등 5인의 공연기획자들에게 이 분야의 비전을 묻고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5인의 공연기획자 모두 직업적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안호상 극장장은 “현재 공연예술 관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20, 30대 청년층”이라며 “이들이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커 앞으로 공연예술 산업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생 직업군에 속하는 공연기획자는 아직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도 많다. 아직 미비한 공연기획자 교육시스템도 공연예술 산업이 성장하는 데 방해요인으로 꼽힌다.

안 극장장은 “공연기획자를 희망하는 인재들을 교육할 교수법과 인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공연기획 분야에 입문하려는 청소년들이 진로 탐색을 할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자흥 극장장은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이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일정 기간은 보수가 높지 않으므로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 ‘문화예술을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종덕 사장은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한 50년 동안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체력관리를 했다”며 “고된 공연예술현장에서 일하려면 체력관리도 필수”라고 말했다.

5인의 공연기획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강조했다. 관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야 하는 공연기획자에게 원만한 대인관계는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 인재진 대표는 “원만한 대인관계와 끈기,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 시장에 대한 이해 등은 공연기획자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말했다.

유인택 단장은 학생들에게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단 현장을 찾아가 작은 경험이라도 쌓아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