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의 호남 민심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신당행이 잇따르면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양측의 신경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당의 주요 기반이 수도권과 호남으로 민주당과 겹치기 때문에 양측의 ‘호남 맞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의원 측의 신당창당 준비 실무기구인 새정치 추진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된 4명 중 2명이 호남권 인사다. 의사 출신으로 한국YMCA 전국연맹이사장을 지낸 윤장현 씨(64)와 김효석 전 의원(64)은 신당의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추진위는 17일 대전을 시작으로 26일 광주 등 전국순회설명회를 연다. 전국투어를 통해 지지기반을 넓히고 바람몰이에 나서겠다는 것. 내년 2월까지 새정치 추진위로 안 의원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한 정책네트워크 ‘내일’, 외곽 지지모임인 광주전남시민포럼, 국민행동 전북지부 등이 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당 창당 움직임에 지역정가도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서정성 광주시의원에 이어 진선기 시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홍인화 시의원 등 민주당 소속 시의원 2, 3명과 무소속 이춘문 시의원도 신당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당적을 가질 수 없는 교육의원 4명을 제외한 광주시의원 22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12, 1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광주 북구의회 문혜옥 의원(민주)도 17일 탈당할 계획이며 전남도의회 이기병, 천중근 의원은 안 의원 지지모임에 합류했다. 신광조 전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광주 서구청장 후보), 곽복률 정책네트워크 실행위원(북구청장 후보), 박진상 전 정읍시의회 의장(정읍시장 후보)도 신당 측 단체장 출마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잇따른 신당행에 대해 민주당 측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쟁에서 밀릴 후보들’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집안 단속에 나섰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새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탈당이며 지방자치와 한국 정치의 발전보다 자신의 당선만을 노리는 정치행위다. 시민과 당원으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지역 역시 민주당의 신당행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안 의원 우호그룹이 상당수 참여한 정치원로모임 ‘국민동행’ 전북지부가 전주에서 10일 창립대회를 열었다. 이계안 새정치 추진위 위원장은 “덕망 있는 분을 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에서는 자치단체장을 노리는 행정 관료 출신들의 신당행이 두드러진다. 군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문명수 전 전주부시장, 고창군수 후보 정학수 전 농림2차관, 진안군수 후보 이명로 전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청장, 장수군수 입지자 권건주 전 전북도공무원교육원장 등이 그렇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KBC 광주방송 여론조사에서 신당은 44.1%의 지지를 얻은 반면 민주당은 26.3%에 그쳤다. 무등일보 여론조사에서도 광주·전남 모두 신당이 민주당을 추월했다. 광주는 신당(47.7%)이 민주당(24.6%)보다 2배 가깝게 지지율이 높았다. 전남도 신당(38.0%)이 민주당(33.5%)을 앞섰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 유권자들은 수십 년간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이 컸다. 이 같은 실망감 때문에 신당의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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