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길주]세계적 스타 과학자를 모셔 오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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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지금의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소는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1800달러의 세계 최빈국에 머물렀을 때 경제발전을 기치로 그 틀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하위 5%에서 상위 5%로 올라선 지금은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과학이 창조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고만고만한 크기의 연구소가 유사한 연구에 매진하고 경쟁적으로 각자의 성과만을 내세우려고만 해서는 상위 5%에서의 도약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거대한 틀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설계해야 하며, 상승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융합 연구 실현의 걸림돌로 출연연이 기초와 산업이라는 2개 연구회로 쪼개져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의욕적으로 이를 통합하고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국회와 기획재정부는 이를 검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들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어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되는 것 역시 출연연 발전을 막고 있다. 공적기관인 만큼 정부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학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출연연은 공익적 수익활동이나 직접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정부의 전체 공공기관 신입직원에 대한 인건비 삭감 기준을 해외에서 어렵게 영입한 박사급 우수 과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글로벌 연구기관과 경쟁해야 하는 출연연에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적 과학기술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평가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아무도 인용하지 않는 논문 10편보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산업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실험 결과 1개를 더 칭찬해줄 수 있는 질적 평가 시스템으로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출연연 평가제도 개선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매년 실시하던 평가를 기관장 임기와 연계한 3년으로 연장하고, 연구기관의 고유 임무에 부합하는 맞춤형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적 성과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의 전기가 될 것이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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