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관행]4만달러 시대 준비하는 선진국형 R&D 평가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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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행 광주과학기술원 부총장
이관행 광주과학기술원 부총장
우리나라가 연구개발(R&D)에 제대로 돈을 쓴 것은 1992년 G7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부터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난해 정부 연구비 예산은 17조 원으로 크게 늘어 절대 액수에서 세계 6위가 됐다. 논문과 특허도 비약적으로 늘어 논문 수는 세계 11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양적 생산성의 증가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R&D가 요구되는 선도형 R&D시대에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R&D의 현주소는 논문 수와 특허 건수가 획기적으로 증가했지만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5년 주기 논문 피인용 횟수는 3.77회(미국 7.07회)로 주요 선진국에 못 미치고 기술무역수지는 59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4만 달러 선진국 시대로 가려면 창조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R&D의 질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 핵심과제 중 하나가 바로 평가제도의 혁신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R&D성과평가 개선 종합대책’은 선진국형 R&D로 가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철학을 담고 있다. 주요 방향은 △질적 성과중심의 평가 △성과목표 및 고유 임무 달성도 중심의 평가 △전 주기적 R&D 단계를 고려한 평가다.

질적 성과중심의 평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R&D가 전문성과 공정성의 두 잣대 가운데 공정성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양적인 생산성 중심으로 쉽게 평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향 전환이다. 논문 수나 특허 수를 세는 것과 같은 양적 성과와 나열에 의존한 평가는 연구목적 또는 기관 임무의 실제적인 달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성과목표 및 고유 임무 달성도 중심의 평가는 새롭게 창안된 평가 방향은 아니지만 성과지표가 연구 목표와 연계성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목표와는 다르게 평가가 이루어졌다. 성과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 경우 때로는 목표 달성과 관련성이 적은 양적 지표를 업적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앞으로는 양적인 성과보다는 각 연구 프로그램 또는 연구기관이 그 분야에서 얼마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인정받느냐는 것이 평가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R&D 프로그램은 기획-집행-성과-환류로 이어지는 주기를 갖는다. 기존의 평가체계는 종료 때 성과에만 집중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진적인 평가가 되려면 전 주기적인 평가로 확대해야 한다. 전 주기적 평가가 제대로 되려면 평가 과정에서 연구 프로그램 또는 기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고 평가지표도 보강해야 한다. 도전적 연구에는 실패가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검토 중인 ‘성실 실패’를 받아들이는 평가시스템 도입도 환류 평가체계와 연계해 기대해 볼 만하다.

이관행 광주과학기술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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