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Schmidt]기사의 검을 제작하던 장인정신으로 180년 전통을 잇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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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슈미트, 졸링겐의 혼을 잇다

《독일 주방용품 전문 기업인 칼 슈미트 손(이하 칼 슈미트)은 18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장인기업이다. 칼 슈미트는 기사들의 검을 제작하다 1800년대 중반부터 부엌용 칼을 비롯한 주방용품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지켜온 원칙이 있다. 바로 칼 슈미트의 제품을 찾는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안겨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칼 슈미트 180년 역사를 정리했다.》

1829년 칼 슈미트 탄생

대장장이 출신인 칼 슈미트 손이 자신의 이름을 딴 칼 공장을 설립했다. 당시 ‘칼 슈미트’ 브랜드가 새겨진 기사용 검은 유럽 귀족 남성이 갖고 싶어 하는 애장품이었다.

1830년 대량생산체제 구축

오로지 자연의 힘과 노동력에 의존해오던 중세식 생산시스템을 버리고 증기해머 등 근대식 공장체제로 전환. 이 덕분에 일주일에 검을 2000개씩 생산하는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1850∼1860년 제품군의 다변화


근대식 생산시스템을 갖춘 칼 슈미트는 1850년대 들어 주방용 칼 전문 업체로 변신했다. 이어 1869년에는 주방용 칼뿐 아니라 면도기 가위 포크 나이프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착수했다.

1928년 유럽 전 지역으로 수출 확대

독일 국내에만 판매하던 부엌용 칼 등 주방용품을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 사진은 당시 칼 슈미트가 제작한 제품 카탈로그 사진. 제품에 대한 소개와 가격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1950년대 졸링겐의 암흑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각종 무기와 군수품을 생산하던 독일의 중화학공업지대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대부분 폐허가 됐다. 루르 공업지대에서 가까운 졸링겐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1960, 1970년대 졸링겐의 부활

독일 국민의 근면성과 자립 의지는 특화된 제품에 집중한 수많은 강소기업을 만들었다. 칼 슈미트는 끊임없는 제품 혁신으로 주방용품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1990년대 현재와 같은 제품 라인업 완성

칼 슈미트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주방용 칼에서부터 가위 프라이팬 압력솥 등 2000여 종에 이른다. 국자, 냄비 등 세련된 디자인의 키친웨어도 이 무렵부터 추가됐다.

1996년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

유럽과 북미에 한정됐던 판로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 이를 위해 칼 슈미트는 중국 홍콩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1997년 전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

왕성한 해외 진출 노력 끝에 세계 40여 개국에 판매처와 사업파트너를 확보.

2004년 독일을 대표하는 장인기업 선정

독일 상공회의소는 2004년 칼 슈미트를 대표 장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사진은 수상 당시 ‘175년’된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서류.

2012년 전방위적 신제품 출시 및 브랜드 리뉴얼

세계 각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제품을 현지화. 현재 미국 호주 등 180개국에서 판매.

2012년 레드닷 디자인상 수상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제품 개발로 2012년 유럽 최고 권위의 ‘레드닷 디자인상’ 수상.
사진은 접으면 칼꽂이로 변신하는 도마.

2013년 한국 시장 진출

칼 슈미트는 한국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지화한 한국형 프라이팬 ‘보겐(Bogen)’, 음식 재료를 썰 때 날에 달라붙지 않게 특수 코팅한 컬러칼 ‘굿포유(Good4u)’ 등을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명검에서 명품 칼로 거듭난 760년 칼의 도시 졸링겐▼

칼 슈미트 손
칼 슈미트 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2시간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 졸링겐(Solingen).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지만 이곳엔 세계가 부러워하는 자랑거리가 있다. 중세시대부터 이어온 명품 칼의 산지라는 자긍심이다.

졸링겐의 칼의 역사는 12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부터 좋은 철이 많이 생산돼 내로라하는 대장장이들이 하나둘 모여 들기 시작한 게 이 도시가 탄생한 배경이다.

졸링겐의 칼의 명성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담금질해 만든 합작품이다.

전통적인 무쇠칼은 절삭력이 좋지만 녹이 잘 슬어 비위생적인 반면 스테인리스스틸은 위생적이어도 쉽게 무뎌지는 단점이 있다. 이곳의 대장장이들은 스테인리스스틸과 고탄소강을 적절히 배합해 단단하면서도 잘 드는 칼을 만들었다.

졸링겐은 중세시대까지 기사들의 호신용 검을 제작하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주방용 칼을 비롯한 주방기구의 메카로 변신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장인기업으로 꼽히는 ‘칼 슈미트’ 와 ‘헹켈’도 졸링겐의 혼을 잇는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기업’이다.

졸링겐의 검이 중세 기사들이 소유하고 싶은 명검이었듯 이제 졸링겐의 주방용품은 세계 주부들의 로망이 됐다. 주부뿐만이 아니다. 독일을 찾는 관광객들은 으레 졸링겐의 철로 만든 가위 면도기 손톱깎이 등을 기념품으로 챙겨올 정도로 ‘메이드 인 졸링겐’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졸링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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