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정책 청사진에 비핵화 촉구 왜 빠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향후 5년간 우리 정부의 대북(對北)정책 청사진을 담은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 어제 통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기본계획에는 10대 중점 추진과제로 당국 간 대화 추진 및 합의 이행 제도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정착지원, 평화통일을 위한 역량 강화 등이 들어 있다. 이 계획은 다음 달 국회에 보고하고 대국민 고시(告示)를 하면 최종 확정된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중단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뜻이 담길지도 관심사였다. 정부는 확고한 신변안전 보장을 전제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지만 최근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한 북한의 태도를 고려해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제시한 우리 관광객 조준사격 책임자의 사과, 재발 방지에 대한 서면 약속,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전제조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결국 북한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셈이다. 약속 이행과 상호 존중 없이는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이번 계획은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어 두 번째다. 1차 기본계획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서해평화협력지대와 평화체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2차 계획에서는 공식 폐기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평화협력지대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2차 계획은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 5년의 대북 정책기조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도 큰 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종 확정 전까지 국민과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작은 통일을 통해 큰 통일로 나아간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또한 실질적인 준비가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합의는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통일세 논의나 통일항아리 모금운동이 호응을 얻지 못했던 사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계획의 중점 과제에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뜻밖이다. 박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완성이나 과감한 대북 경제지원의 대전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확정 전까지 북핵 문제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북 정책#금강산 관광 재개#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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