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나이 박성호 “홈팬 야유가 날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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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0일 07시 00분


박성호. 스포츠동아DB
박성호. 스포츠동아DB
포항 팬의 진심어린 질책 마음 다잡는 계기
작년 9월처럼 득점 폭발 포항 상승세 견인


제철 만난 물고기 같았다. ‘가을 사나이’ 박성호(31·포항·사진)의 완벽한 귀환이다.

박성호는 8일 K리그 클래식 전북과 27라운드 경기에서 혼자 2골을 몰아치며 팀의 3-0 대승을 이끌었다. 탁월한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첫 골 장면에선 페이크 동작으로 동료에게 공을 흘려주며 빠르게 문전으로 파고들었다. 두 번째 골도 공에 시선이 빼앗긴 수비 사이를 끊어 들어갔다. 올 시즌 첫 멀티 골. 박성호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작년 성남과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상승세를 탔다. 2골을 넣으면 몸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북전이 계기가 됐다. 공격 물꼬를 튼 것 같다”고 웃었다.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작년 홀로 최전방을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올 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경쟁자가 생겼다. 일본에서 유턴한 신인 배천석이 합류했고, 시즌 중반 베테랑 김은중까지 가세했다. 교체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날이 조금씩 늘어갔다. 포항에 걸출한 공격수가 없다는 평가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그라운드와 벤치, 그리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때 느껴지는 게 전부 다르다. 부산전(1일)을 관중석에서 보면서 그동안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더라. 마음도 다잡고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홈 팬들의 야유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팬들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를 비난하는 건 흔치 않은 일. 그는 “듣고 고칠 부분은 경청하려고 한다.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에게 가을은 ‘봄날’과도 같다. 날이 선선해지는 이 즈음부터 득점포가 무섭게 터지기 시작한다. 작년 9월 이후 5골(정규리그)을 몰아넣으며 포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작년 10월 FA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도 박성호가 이제 하나씩 해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전북전은 믿음에 부응하는 초석이었다. 전반기 22경기(교체7)에 나서 3골. 후반기 첫 스타트에서 2골을 넣으며 예열을 마쳤다. 그는 “주변에서 (가을 사나이로) 불러주니까 자신감이 생겨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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