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가 전월세 대책 처리 失機하면 백약이 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정부가 주택 전세가의 고공 행진에 대응하기 위한 전월세 대책을 어제 발표했다. 전세 수요를 주택 매입과 월세 수요로 돌리는 데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급과 금융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정책을 종합해 내놓고 있다. 국민주택기금과 기금의 대출을 받은 주택 매입자가 집값 등락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기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전세가 상승에 제동을 걸어보려는 정부의 고민이 엿보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공급 확충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대책 중에서 다주택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집주인의 월세 수령액은 전액 과세 대상 소득이 되는 반면에 세입자의 월세 지출에 대한 공제는 연 500만 원에 그치는 불균형도 여전하다.

최근 전세가 급등은 주택 가격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면서 매입 수요 감소, 전세 수요 증가, 전세의 월세 전환이라는 주택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유도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세에 대한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장기 기조와 단기 대책의 충돌이다. 주택 가격의 장기 하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빚을 내 주택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장기간 유지된 전세 제도가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만큼 별도의 중장기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이번 대책 가운데 취득세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은 법률개정 사항이다. 국회는 4·1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에서 발표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완화 같은 법안조차 만 5개월이 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조속히 문을 열어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시장에서 실기(失機)하면 백약이 무효다. 야당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 신설 등 규제는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만 낳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주택 전세가#전월세 대책#주택 매입#월세 수요#모기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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