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지혜]생일날 왜 촛불 끄는 의식을 치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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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관습적으로 크고 작은 의식과 의례를 치른다. 생일을 맞은 사람은 생일 케이크 위에 자신의 나이만큼 촛불을 켜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끈 뒤 소원을 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돼지 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상징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을 뿐 실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부작용도 있다. 예를 들어 생일날 촛불 의식을 진행하다 보면 촛농이 케이크에 떨어져 먹을 때 불편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식과 의례가 어떤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믿고 있다. 의식과 의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와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의식과 의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초콜릿을 제공한 뒤 한 집단(의례 집단)은 포장지를 벗기지 않은 채 초콜릿을 반으로 쪼갠 후 포장지를 벗기고 먹도록 했다. 또 다른 집단(대조 집단)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곧바로 초콜릿을 먹도록 했다. 이후 양 집단 참가자들의 초콜릿 음미 정도와 만족도, 비용 지불의사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의례 집단이 초콜릿을 더 맛있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만족도도 높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의례에 직접 참여할 때와 다른 사람이 하는 의례를 관찰할 때 보이는 효과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한 집단(의례 집단)은 레몬 가루를 두 차례 나눠 타서 주스를 만든 뒤 마시도록 했고 또 다른 집단(대조 집단)은 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이미 만들어진 레몬주스를 마시도록 했다. 그 결과 의례 집단이 대조 집단보다 레몬주스를 더 즐겁게 마셨고 비용도 더 많이 지불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라면 고객들이 식전에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따는 것과 같은 작은 의식에 참여하도록 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기업들은 조직 운영과 직원 면접, 업무 협상, 보고서 발표, 단합대회 행사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 연구 결과가 주는 교훈을 활용할 수 있다. 첫 출근 날 신입사원이 직접 입사 축하 행사와 같은 의례를 치르면 이들의 조직생활 적응력과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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