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간소화 면허, 교통후진국 한국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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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2일 07시 00분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은 교통안전후진국에 속한다. 2011년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미숙한 운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교통사고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40중 추돌 사고현장. 동아일보DB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은 교통안전후진국에 속한다. 2011년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미숙한 운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교통사고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40중 추돌 사고현장. 동아일보DB
6. 한국은 OECD 교통안전 꼴찌국

인구 10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한국 11.26명…32개 가입국 중 최다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 늘어
교육시간도 OECD 평균 4분의 1 불과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우리나라 의무교육 시간은 OECD 가입국 평균시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운전면허 취득 전 의무교육시간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공동대표 발의(34명 중 민주당 17명·새누리당 14명·기타정당 3명)한 전병헌 국회의원(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현재 우리나라 운전전문학원에서의 의무교육시간은 13시간이다. OECD 가입국의 평균 교육시간이 50시간이니 전 의원의 말대로 4분의 1이다.

우리나라 운전교육시간이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10년 2월 이전 운전전문학원의 의무교육시간은 60시간이었다. OECD 평균 교육시간보다 10시간 많다. 당시 우리나라 운전교육시스템과 면허제도는 세계적으로 우수함을 인정받아 러시아, 중국, 동남아 등에 수출을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운전면허 시험제도가 간소화됐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시험제도는 2011년 6월에 발표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전문가와 운전학원업계,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등 단체들이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면허취득에 들어가는 국민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명목으로 제도를 간소화시켰다.

● “부끄러운 진실” 대한민국은 교통 후진국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교통 후진국에 속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교통사고에 관해서는 하위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에 집계된 OECD 가입국 교통사고 국제비교표를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505명. 이 수치로만 보면 일본 5745명과 비슷하다. ‘자동차 왕국’ 미국은 3만2885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는 인구비례 등이 고려되지 않은 수치이다. 그래서 비교적 공정한 기준을 제시한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2.64명이다. 반면 일본은 0.69명에 가깝다. 일본은 OECD 32개국 중 7위, 우리나라는 31위다. 2.68명을 기록한 터키 덕에 가까스로 꼴찌를 면했다.

그렇다고 좋아할 것 없다. ‘인구 10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서는 우리나라가 11.26명으로 꼴찌다. 터키는 7.28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 면허시험간소화가 부른 교통사고 급증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면허 취득자가 급증했다. 2010년 6월 30일부터 2011년 5월 31일까지 1년 동안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83만1246명. 그런데 2011년 6월 2차 간소화 이후 2012년 5월 31일까지 1년간은 무려 132만2281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59%의 증가다.

이유는 역시 ‘원숭이도 합격할 수 있을 만큼’ 운전면허시험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합격이 쉬워진 대신 면허는 있지만 운전은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운전자가 급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교통사고의 증가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1년 5229명에서 2012년 5392명으로 증가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경우 2010년 353명에서 2011년 265명으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공교롭게도 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인 2012년에는 343명으로 29.4%나 급증했다.

시험이 쉬워지면 시험 준비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학과시험, 장내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을 대비해 운전전문학원에서 받을 수 있는 의무교육시간은 13시간에 불과하다. 전문가, 업계는 물론 교육생과 면허 취득자조차 “이 정도 교육만으로는 실제 운전을 하기 어렵다”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생명면허’인 운전면허를 따고도 운전을 할 수 없는 이상한 시험제도.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도 수술을 할 수 없는 의사의 이야기만큼이나 무서운 얘기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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