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상보육, 취업 여성에 도움 돼야 진짜 복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대선공약인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KDI는 “정부가 추구해 온 목표는 고용률 제고, 특히 여성 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무상보육이 이런 정책 목표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확대되는 바람에 부작용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올해 보육예산(지방정부 분담분 50.6% 제외)은 12조3000억 원이다. 2009년 4조8000억 원에서 2.6배로 늘었다. 총선 대선을 거치며 여야 모두 무상보육 공약 경쟁을 벌인 탓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2012년 5세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1월 1일 여야 합의로 대상을 0∼5세 전체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모의 취업 여부나 소득을 따지지 않고 모든 가구에 하루 12시간 무상보육을 지원하면서 어린이집 수요는 폭증했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집이 정작 필요한 맞벌이 부모는 마땅한 어린이집을 찾기 어려워졌다. 애써 일을 하느니 차라리 무상보육 지원을 받으면서 쉬겠다는 주부도 늘었다. KDI는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이 높은 것은 복지 혜택이 취업 여부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영유아의 시설 이용률이 엄마의 취업률보다 높은 유일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OECD 집계에 따르면 0∼2세의 시설 이용률은 48.7%인 데 비해 0∼2세를 둔 엄마의 취업률은 33.2%에 불과하다.

동아일보는 ‘0∼2세 어린이집 무상보육 결국 패자(敗者)뿐이다’(2012년 6월 15일) ‘대선 공약, 한정된 재원 맞춰 구조조정 필요하다’(2013년 1월 15일) ‘나라 곳간 위험하다-세수(稅收) 없는 복지 확대는 미래의 재앙’(7월 18일) 같은 사설을 통해 재정 형편에 따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할 대표적 공약으로 무상보육을 지적했다. 무상보육비의 80%를 부담해야 하는 서울시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무상보육을 쭉 이어 갈 수 있도록 국회의원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십시오’라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광고까지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변화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워 바른 가치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 공약 경쟁이야말로 기본을 흔드는 매우 잘못된 관행이다. 무상보육이 지금처럼 취업률도 높이지 못하고 사회적 격차 해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일하는 엄마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도록 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한국개발연구원#무상보육#취업 여성#여성 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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