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살해… 폭탄테러… 이집트 ‘피의 보복’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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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무바라크 48시간내 석방”… 정국 시계제로

이집트 과도정부와 대치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도중 집단 살해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이슬람세력의 폭탄테러로 경찰관들이 사망하는 등 이집트 전역이 무법과 공포 상태에 빠져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1년 2월 ‘아랍의 봄’으로 축출되기 전까지 ‘현대판 파라오’로 불리며 30년 군부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5·사진)이 이르면 48시간 안에 석방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무바라크의 석방이 군부와 이슬람형제단이 대립하는 이집트 정국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고 NYT는 전했다.

19일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에서는 무르시 지지세력이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24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두 대의 버스로 이동 중이던 경찰관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접한 라파 국경 마을에서 무장세력의 폭탄 공격을 받았다.

이에 앞서 18일 무슬림형제단 지지자 36명이 카이로 외곽 아부자발 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탈출을 시도하다 경찰에게 살해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보안당국은 이들이 경찰관 1명을 인질로 잡고 도주하려다 외부의 경찰관들이 차량 안으로 총격을 가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이들이 고의로 살해됐다며 국제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지 언론인 데일리뉴스이집트는 이집트 군경이 14일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농성장 두 곳을 무력진압하고 나선 이후 16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군경과 시위대 양측에서 모두 1295명이 사망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집트 군부는 18일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재고하겠다고 선언해 미국과 이집트 관계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나빌 파흐미 이집트 외교장관은 이날 “미국 및 다른 서방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재고하겠다”며 “다른 국가의 지원은 환영하나 이것이 이집트 안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이집트 군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행사가 한계에 달해 양국관계가 ‘충돌 코스’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동 외교 정책의 핵심 국가인 이집트의 실권을 잡고 있는 군부와 사실상 결별한다면 미국의 대중동 정책 및 중동 정세가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치권에서는 이집트 군사지원 중단 논란도 뜨겁다. 일주일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18일 워싱턴으로 돌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지원 중단 여부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이번 유혈 진압을 군부에 의한 ‘대량학살’로 규정한 뒤 군사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지원 중단은 과도정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제한할 수 있다”며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집트에 대한 경제원조는 중단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고 18일 NYT가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관련 지출을 보류하는 등 이집트 정부에 대한 경제적 원조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집트 군부가 유혈 진압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EU와 이집트의 관계를 긴급 재검토할 것”이라며 “19일 이집트에 대한 지원 중단 및 제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실각과 동시에 부패 및 살인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도 카이로 남부의 토라 교도소에서 복역해 왔으나 이집트가 군부 시대로 회귀함에 따라 석방이 앞당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변호를 맡고 있는 파리드 엘디브는 “무바라크가 부패 혐의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며 이번 주말쯤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바라크가 석방된다 해도 그의 재판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무바라크는 ‘아랍의 봄’ 당시 시위대 살해 공모 혐의로 당시 내무장관과 함께 기소됐으며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이 항소한 결과 재심을 앞두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하정민 기자 mickey@donga.com
#집단살해#폭탄테러#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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