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만으로 내집 마련할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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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보다 싼 수도권 경매아파트 4년만에 40배 껑충
1억 미만 서울 전셋집 4만여채… 5년새 3분의1로 줄어들어

감정가 3억1000만 원의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신아파트 7동 203호(전용면적 84.9m²)는 경매시장에서 두 번 유찰돼 최저가가 1억9840만 원까지 떨어졌다. 전세금이 최대 2억500만 원인 이 아파트는 26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2계에서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경매시장이 전세 탈출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금이 경매최저가보다 높은 물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잘만 하면 전세금만으로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경매최저가보다 전세금이 높은 물건은 올해 375건으로 2009년부터 4년 연속 증가했다. 2009년 9건을 시작으로 2010년 14건, 2011년 32건, 지난해 133건으로 상승하다가 올해는 300건을 넘어선 것.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4년 만에 전세금보다 경매최저가가 싼 물건이 40배가량으로 껑충 뛰었다.

375건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고양시 69건, 경기 파주시 25건, 인천 남동구 20건, 경기 용인시 18건 등 고질적인 거래부진 지역이 상당수를 차지했고 서울도 50건에 달했다.

전세금 수준에서 낙찰된 아파트도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늘푸른3단지 아파트 302동 1303호(전용면적 51.03m²)는 7월 18일 감정가 1억8000만 원에서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1억2600만 원까지 떨어진 후 1억3512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1억3000만 원으로 낙찰가와 512만 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치솟는 전세금으로 전세금과 최저경매가의 격차가 좁아지더니 급기야 전세금이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경매시장에서 전세금으로 충분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시장에 저가 전셋집이 ‘실종 상태’라는 점도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집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동안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에서 1억 원 미만의 싼 전셋집은 크게 줄어들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8월 1주차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총 118만4606채를 대상으로 전세금을 조사한 결과 1억 원 미만 아파트는 2008년(13만1434채)의 3분의 1 수준인 4만3003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새 8만8431채가 줄어든 셈. 특히 광진구 서초구 성동구는 전세가가 1억 원 미만인 아파트가 단 한 채도 없었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수요자들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역시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어 앞으로도 전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렴한 전세물건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입자의 전세 부담이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전세금#경매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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