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박사 10명중 1명꼴 ‘대덕 주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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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학부모 70%가 교수-연구원, 과학수업-동아리활동 멘토 역할도

300년 만에 1초 오차 ‘시계의 시계’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이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시계의 작동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시계는 보통 시계의 모습과는 달리 장비의 형태다. 300만 년에 1초의 오차만 허용할 정도로 정밀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300년 만에 1초 오차 ‘시계의 시계’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이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시계의 작동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시계는 보통 시계의 모습과는 달리 장비의 형태다. 300만 년에 1초의 오차만 허용할 정도로 정밀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2011년 대덕특구의 대덕고에서는 2학년 화학시험이 논란이 됐다. ‘형상기억합금이 활용되지 않는 물건을 고르라’는 문제였다. ‘①파라볼라 안테나 ②안경 ③이빨’ 가운데 정답은 ‘③’이었다. 그런데 다른 답을 고른 과학영재 A 군은 반발했다. “형상기억합금이 임플란트 고정을 위한 이음매로 쓰인다”는 내용의 최신 학술 논문을 제시하며 정답 처리를 요구했다. 유상완 화학 담당 교사는 “관련 학회로부터 ‘이음매는 임플란트의 일부이므로 정답으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얻어 A 군을 간신히 이해시켰다”고 말했다. 김원중 대덕고 교장은 “외국에서 살다온 학부모가 많다 보니 영어시험 문제에 이의 제기가 적지 않아 원어민 교사가 진땀을 흘린다”고 했다. 국내 전체 이공계 박사 10명 중 1명(7661명)이 살고 있는 ‘박사 동네’ 대덕특구의 한 단면이다.

대덕특구 내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신세를 지기도 한다. 연구원과 대학교수가 학부모의 70%가량인 대덕초등학교는 2004년부터 ‘과학자 학부모 수업’을 한다. 윤국진 교장은 “최고 과학자 130명이 200시간 이상 손에 잡히는 과학수업과 동아리 멘토링 등을 해준다”고 소개했다. 문지중학교 영어 봉사동아리 ‘은방울꽃’을 이끄는 이은미 교사(영어)는 “동아리 학생 가운데 외국 생활 경험자가 30% 이상이어서 주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골든벨’ 행사를 열거나 영자신문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가 밀집한 지역만의 교육제도도 있다.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의 석·박사 과정 학생 863명(석사 370명)은 30개 연구소에서 전공(81개)에 따라 현장실습을 하면서 공부한다.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현장의 연구원 1400여 명이 교수 요원으로 활동한다. 독일의 막스플랑크국제연구학교가 하고 있는 연구와 교육 통합 모델이다. 등록금이 전액 면제되고 매달 연수장학금(박사과정 160만 원, 석사과정 120만 원)이 지급돼 명문대 졸업생들의 지원도 늘고 있다. 이은우 UST 총장은 “최근 3명의 졸업생이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이 가운데 사이언스에 뇌 내 비신경세포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한 논문을 실은 윤보은 씨는 졸업과 함께 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학과 조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다”고 말했다.

대덕특구만이 갖고 있는 신기한 장비도 적지 않다. ‘시계의 시계’라 불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표준시계 ‘KRISS-1’은 300만 년에 1초의 오차만 허용한다. 이 연구원 정원에는 실제 뉴턴 고향집 사과나무의 4대손인 ‘뉴턴의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반면 대덕에 사는 박사들은 지역공동체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사 동네는 40년의 세월에도 대전 지역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소속감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도 대덕은 ‘대전의 외딴섬’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해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 등 일부 과학자들은 ‘벽돌 한 장 따듯한 과학마을 공동체’ 설립 운동에 나섰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공계박사#대덕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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