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프리즘] 엉덩이 무거워진 감독님 가끔은 관중 앞에 서세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8월 13일 07시 00분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요즘 각 구단 감독들의 얼굴을 그라운드 안에서 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살펴보게 됐다. 취재를 간 야구장에서뿐 아니라 TV 중계방송으로도 주의 깊게 감독들의 동선을 체크했다. 그 관계자의 말이 맞았다.

실제 경기가 펼쳐지는 도중 감독들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다. 한 경기에 덕아웃 밖으로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감독도 있다. 감독들을 그라운드 위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판정에 항의할 때가 대다수다.

물론 모든 감독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SK 이만수 감독만은 대부분의 투수교체를 직접 한다. 일부 감독도 간혹 마운드에 오르지만, 이만수 감독만큼 자주는 아니다. ‘극히 드물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감독들이 일부러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다. 투수교체의 경우 투수코치나 수석코치가 진행해도 문제될 게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도 감독이 아닌 투수코치가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감독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덕아웃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야구장을 직접 찾는 관중에게 하나의 서비스가 될 수 있어서다. 감독이 마운드에 직접 오르면 투수들이 느끼는 감정도 굉장히 다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에 내가 그라운드로 나오면 팬들이 무척 좋아하더라. 그래서 한 번은 일부러 항의하는 척하며, 그라운드에 나가본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역으로 활약하는 한 투수는 “몇 년 전 내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마다 감독님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오셔서 조언도 해주시고, 교체도 직접 하셨다. 선수 입장에선 남다른 의미가 있었고,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감독이 그라운드에 등장하길 기다리는 팬도 있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와주길 바라는 투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국내 제1의 프로스포츠다. 그만큼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직접 찾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팬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팀의 수장인 감독이 자주 마운드에 오른다고 그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움직여주는 게 프로야구 흥행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자에게도 프로야구단 감독은 어려운 분들이지만 감히 요청해본다. “감독님들! 덕아웃뿐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도 자주 뵐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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