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휴식도 예술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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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셀프 포트리트, 제라르메르 프랑스, 1975년
데이비드 호크니, 셀프 포트리트, 제라르메르 프랑스, 1975년
영국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가 휴양지로 유명한 프랑스 제라르메르(G´erardmer)에서 휴가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타예술가는 휴식을 취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평화와 고요의 낙원으로 불리는 제라르메르의 호수를 배경으로 드러누운 남자의 두 발이 보이는데 바로 화가의 것이다. 게다가 그는 빨강과 노랑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있다. 정체성을 의미하는 얼굴은 감추고 두 발만을 사진에 담은 까닭은 무엇일까?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겠다는 뜻이다.

재밌게도 자신의 존재를 감추면서도 노출시키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호크니는 평소에도 원색의 짝짝이 양말을 즐겨 신는다. 짝짝이 양말패션은 그의 강한 개성과 사회관습과 제도에서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휴식과 예술의 공통점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의 탈출과 해방감, 진정한 자신과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수상집 ‘월든’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을 줄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왜 우리들은 이토록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

지금 한 번의 바늘을 꿰매지 않으면 나중에 아홉 번의 바늘을 꿰매는 고생을 하게 된다면서 오늘 천 번의 바늘을 꿰매고 있다. 늘 일 타령을 하면서도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도 하고 있지 않다. 단지 (근육 장애 때문에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 없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무도병(舞蹈病)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둘 수 없을 뿐이다.’

휴식과 창작행위를 통합한 호크니의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언제쯤에나 일이 곧 휴식이며 휴식이 곧 일이라고 느껴지는 단계에 도달하게 될까?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데이비드 호크니#프랑스 제라르메르#휴가#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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