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人事방식 바꾸고 국민과 소통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부실 인사(人事) 사태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자료 같은 자료가 아무것도 없었다. 각 기관에서 보내온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그 자료에 없는 사항들이 나와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인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진전된 자세다. 하지만 인사 검증 부실을 자료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최근 인사 논란은 ‘수첩인사’ ‘밀봉인사’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강하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빨리, 그리고 진솔하게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총리 및 장차관급 후보자 6명이 도덕성 문제 등으로 낙마한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작 사과했어야 했다. 지난달 30일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변인을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17초 대독 사과’ 논란에 휩싸여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이번 사과는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야당 지도부 앞에서 한 것이다. 야당에 대한 사과가 곧 국민에 대한 사과라고 확대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과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기왕에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국민에게 먼저 사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기자회견을 연 적이 없다. 그가 지난달 4일 야당을 상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기자회견이 아닌, 일방적인 대국민 담화였다. 대통령은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과도 적극 소통해야 한다. 인사 이외에 안보와 경제 문제에서도 궁금한 것이 많은 만큼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 일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인사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 때 만들어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청와대 존안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정권 교체 후 현직 대통령마저 볼 수 없도록 봉인되는 것은 문제다. 법을 고쳐서라도 공적인 용도에 한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청와대 존안자료에는 사생활 정보 등 민감한 내용들도 들어 있는 만큼 정치적 악용 가능성은 차단해야 한다. 사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박 대통령은 인사 방식을 바꾸고 검증을 강화함으로써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인사방식#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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