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 지혜]공직을 꿈꾼다면 ‘玩物喪志’ 잊지 말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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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직에 추천된 인사 중에 상당수가 검증 과정에서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들의 과거 행적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물질이다. 세금 탈루에서부터 부당한 이득에 이르기까지 정당하지 못한 소득과 물질은 요직으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조직을 이끌어 나갈 리더가 부도덕한 물질에 눈이 팔렸다면 그 직책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완물상지(玩物喪志), 물질(物)에 눈이 팔리면(玩) 자신의 꿈(志)을 잃게(喪) 된다는 고전의 지혜를 되새겨야 한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구는 거의 본능에 가깝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보면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富者) 인간의 본능이며(人之情性),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것(不學而俱欲)’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옛 전쟁에서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것도 결국 후한 보상(重賞)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고 동네 폭력배들이 남을 협박하고 사람을 해치는 것도 결국 돈을 마음껏 쓰기(財用) 위한 것이다. 일부 여인이 짙게 화장을 하고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돈을 벌기(富厚) 위함이고 몇몇 관리가 형벌을 무릅쓰고 문서를 위조해 법을 농락하는 것도 모두 뇌물(賂遺)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모두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본능이라고 해도 공직자로서 요직에 앉을 꿈(志)을 잃고(喪) 싶지 않다면 애초부터 물질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물질에 애착을 가진 만큼 반드시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甚愛必甚費), 너무 많이 가지려 하면 반드시 그만큼 잃는 것이 있다(甚藏必甚亡)!’ ‘명심보감’에 나오는 물질에 대한 양면성이다. 물질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비정상적인 추구는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선비가 물질에 눈이 멀면 뜻을 잃어버리고 공직자가 물질에 현혹되면 본분을 잊고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완물상지’는 오래전부터 지도자들이 물질에 대해 경계할 때 자주 사용하던 말이었다. 물질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해도 그것이 도를 넘는 순간, 뜻(志)과 꿈(望)을 내려놓아야 한다. 적어도 공직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물질에 눈이 팔렸었다면 빨리 그 자리에 대한 꿈을 내려놓는 것이 몸을 보존하는 상책이다. 인간이 물질의 노예가 됐을 때 인간의 기본 정신과 혼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공직#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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