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폐가 위험하다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유치원-초중고 건물 99%서 석면 검출…22곳은 즉시 보수 필요

오래된 건축자재가 문제, 폐암 유발할수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99%가 잠재적인 석면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29일 공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3158개교 가운데 3128개교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교과부가 2007년 전국 100개 학교를 표본 조사했을 때는 88%의 학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석면은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제시한 1급 발암물질 27종 가운데 하나. 극소량만 흡입해도 폐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로 잠복기가 평균 30년이다. 미국은 1986년, 일본은 2005년부터 학교의 석면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해 왔다.

교과부는 지난해 수립한 ‘학교 석면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전국 1만9581개 학교를 대상으로 석면 위험 노출 정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2월까지 조사가 완료된 3158개교(전체 학교의 16%)의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석면 위험도는 석면이 함유된 건축재의 훼손 상태를 따져 3등급으로 나뉜다. 훼손 부위가 전체의 10% 이상이면 1등급으로 분류한다. 공기 중에 날리는 비산(飛散) 석면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 8곳, 중학교 7곳, 고교 6곳, 특수학교 1곳 등 22곳(0.7%)이 1등급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4곳, 부산 3곳, 충북 2곳이었다. 1등급으로 판별된 학교는 즉시 건축물을 보수해야 한다.

전체적인 훼손 부위가 10% 미만인 2등급에 해당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197곳, 중학교 108곳을 포함해 총 420곳으로 조사 대상의 13.3%를 차지했다. 나머지 2686곳(85%)은 양호한 정도로 판단되는 3등급이었다. 학교의 석면은 주로 슬레이트, 개스킷(파이프의 접합부 등을 메우는 데 쓰는 얇은 판 모양의 패킹), 천장텍스 등 오래된 건축 자재에서 검출됐다. 비산 석면이 기준을 초과한 학교는 없었다. 김 의원은 “이번 결과는 16%의 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라 전체 학교를 조사하면 석면 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과부는 “연말까지 전체 학교에 대한 석면 실태조사를 끝내고 1등급으로 분류된 학교는 즉시 보수하도록 예산을 편성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종합 석면관리 대책을 다시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석면

사문석이나 각섬석이 섬유질로 변한 광물. 산성과 알칼리성에 모두 강하고, 열과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건축 자재, 방열재, 방화재, 절연재로 많이 쓰인다. 강력한 특성 때문에 석면 가루가 체내에 들어오면 녹거나 배출되지 않고 평생 남아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킨다. 1970년대 이후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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