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2분기 실적보다 미래 기술에 투자하라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최근 2분기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자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강세로 전환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5%밖에 줄지 않아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BoA의 실적은 골드만삭스와 비슷하게 주식과 채권 발행이 크게 늘면서 수수료 수입이 증가한 결과다. IBM, 구글 등 대표기업들도 대부분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보였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이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BoA나 골드만삭스는 경쟁사였던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의 파산으로 반사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채권과 주식 발행이 늘어났다는 해석도 있다. IBM이나 GE 등 전통적 제조업체는 매출이 줄어들어 주식시장의 평가가 냉랭하다.

이렇게 2분기 미국 기업 실적의 특징을 요약하면 순이익은 늘고 있으나 매출 증가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경쟁기업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경비 절감 효과가 실적 개선의 중요한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일부 기업들이 ‘살아남은 자의 축제’를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경제 기반은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2분기 기업 실적은 미국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한국의 대표 제조업체들 중엔 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동시에 늘어나는 기업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문 등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효율적 생산 시스템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기업도 많다. 또한 신(新)성장동력 등 미래형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발전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증시 중 나스닥 지수가 가장 빨리 오르고 있는 것도 이처럼 미래의 기술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최근 ‘닥터 둠’(비관론자) 마크 파버 씨는 금융시장 안정을 과도한 유동성 공급의 결과로 보면서 한참 후에는 ‘최후의 위기(ultimate crisis)’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원자재 가격의 안정, 재고 축소, 정책 효과 등이 현재 경기 회복의 본질이라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 기업 실적과 경기를 판단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위기는 국가, 산업, 기업 간에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2분기 기업 실적은 그 지도를 보여주는 단초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 전망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내성이 강한 사회 시스템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한국은 빠른 구조조정과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와인과 맥주를 팔기 시작했다는 기사에 눈이 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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