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또 물폭탄… 강풍까지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장맛비가 집중되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발생했다. 14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국도 46호선 옆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차량 2대가 매몰돼 1명이 숨졌다. 경찰과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남양주=홍진환 기자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장맛비가 집중되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발생했다. 14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국도 46호선 옆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차량 2대가 매몰돼 1명이 숨졌다. 경찰과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남양주=홍진환 기자
홍천·춘천 200-제천 196-서울 140㎜

토사 매몰 1명 사망… 성남선 1명 실종

14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또다시 100mm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다. 또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5.7m를 기록하는 등 바람도 세게 불어 집중 호우 외에 바람에 의한 피해도 잇달았다.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11시까지 홍천 지역에 201.1mm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춘천 200.5mm, 제천 196.6mm, 양평 169.6mm, 서울 140.5mm의 비가 왔다. 특히 경기 과천시 중앙동에는 총 282mm의 비가 내렸다. 장마 기간이 시작된다고 보는 지난달 20일부터 14일 오후 9시까지 서울 지역 강수량은 총 635.9mm로 기상청은 집계했다. 이는 같은 기간 1940년 989.2mm, 1930년 631.9mm의 비가 내린 것에 이어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강수량이다.

강한 바람도 시민들의 야외 활동을 어렵게 했다. 서울지역에서 하루 중 가장 바람이 강하게 분 10분간의 평균 풍속을 잰 수치인 ‘최대풍속’이 초속 10.4m로 올 2월 13일 이후(11.9m) 가장 센 바람이 불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특히 경기 과천시 중앙동에는 초속 41.9m,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는 초속 33.5m의 강풍이 불기도 했다.

강한 바람이 분 것은 이날 중부지역에 내린 비가 장마전선이 아닌 한랭전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건너온 강한 저기압의 서쪽에 붙은 한랭전선이 비구름과 함께 강한 바람과 천둥번개를 몰고 온 것. 기상청 관계자는 “한랭전선은 장마전선에 비해 좁은 지역에 번개 등을 동반한 많은 비를 뿌리고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풍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하루걸러 하루씩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사람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52분경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국도 46호선 경사면에서 수십 t의 토사가 무너지면서 쏘나타승용차와 화물차 등 차량 두 대를 덮쳐 승용차 운전자 안모 씨(50대 추정)가 숨졌다. 화물차 운전자는 사고 당시 자리를 비워 화를 면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갈현동 소하천에서는 산책하던 김모 씨(73)가 실족해 실종됐다.

또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는 오후 1시경 도로변 가로수가 바람에 넘어지면서 전선을 덮쳐 인근 주택가가 30분가량 정전됐다. 오전 11시 15분경 충남 당진군 고대면 진관리의 한 아파트에서는 강풍으로 유리창이 깨졌다. 오후 4시 20분에는 분당∼내곡 고속화도로 내곡나들목이 물에 잠기면서 3시간가량 진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차량 정체가 테헤란로 등 강남 주요 도로까지 번졌다. 오후 8시경에는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이수역에서 관악구 남현동 남태령을 잇는 도로가 차량 바퀴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오른 데다 강풍으로 가로수까지 넘어지면서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올림픽대로의 여의 상·하류 나들목도 물에 잠겨 오후 9시부터 차량이 순차적으로 통제됐다.

소방방재청은 전국의 피해 상황을 집계한 결과 경기 연천군에서 5명이 비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등 총 6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경기 안산시에서 23채의 가구가 물에 잠기는 등 경기 전역에서 총 44채의 주택과 11ha의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외에 다른 인명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하늘과 바닷길도 막혔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려던 중국 칭다오발 중국국제항공 여객기가 현지에서 이륙을 포기하는 등 이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11편이 결항됐다. 김포공항에서도 국내선 항공편 73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풍랑으로 서해안 24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한편 기상청은 15일에는 강한 바람과 국지성 집중호우로 남부지방에 60∼120mm의 강수량이 예상되는 만큼 비닐하우스 등 농작물 피해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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