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단독]도로에 말뚝 박고 “車다니려면 月15만원 내라”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3가 30-9 도로의 양쪽 끝에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기 위한 쇠말뚝이 박혀 있다. 한쪽은 관리인이 지키면서 통행료를 낸 업체의 차량만 이동을 허용하고 다른 한쪽은 낮은 담장으로 막아놨다. 유덕영 기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3가 30-9 도로의 양쪽 끝에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기 위한 쇠말뚝이 박혀 있다. 한쪽은 관리인이 지키면서 통행료를 낸 업체의 차량만 이동을 허용하고 다른 한쪽은 낮은 담장으로 막아놨다. 유덕영 기자
양평동 땅 매입자들 징수에

건물 입주업체들 ‘울며 지불’

30년 이상 주민들이 이용해온 서울시내의 한 ‘도로’ 양쪽에 쇠말뚝을 박아 길을 가로막은 뒤 이곳을 지나려는 차량들로부터 통행료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도로에 인접한 영세업체들은 이 도로 말고는 차가 들어올 방법이 없어 공장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통행료를 내고 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등에 따르면 폭 4m에 길이 130m의 영등포구 양평동3가 30-9(561.7m²·약 170평)는 30여 년 전부터 도로로 사용돼 왔다. 차량 1대 정도가 지날 수 있는 정도의 골목길이지만 등기부상의 지목은 ‘도로’로 돼 있다. 그런데 지난달 8일 이 도로의 양쪽 입구 한가운데에 높이 1m가량의 쇠말뚝이 세워졌고, 며칠 뒤 한쪽에는 낮은 담장까지 쌓아올려 차량의 통행이 완전히 차단됐다. 투자 목적으로 지난해 이 땅을 매입한 주인들은 쇠말뚝을 박은 뒤 관리인까지 고용해 지난달 16일부터 월 15만 원씩 차량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이 도로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건물은 20여 채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는 부도가 난 한 건설회사가 이 도로를 소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일대에 아파트형 공장 건설을 위해 재개발이 이뤄진다는 것을 안 3명의 투자자가 이 땅을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재개발 대상 땅 주인들 가운데 일부가 매각에 동의하지 않아 재개발이 지연되자 투자자들이 이들을 압박하기 위해 도로를 막고 통행료 징수에 나선 것. 투자자 중 1명인 차모 씨(54)는 “1년 가까이 걸려 땅 소유자를 찾아내 도로에 투자했는데, 재개발이 늦어져 통행료를 받고 있다”며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고 사람은 다닐 수 있도록 했고 민법 219조에도 도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세 등을 내고 건물에 입주한 영세업체들은 땅 주인들 간의 ‘기 싸움’에 억울하게 통행료를 물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자재와 상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내고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원이 제기돼 영등포구에서도 검토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도로가 만들어진 지 오래돼 근거 서류를 찾기 어렵고 사유지인 만큼 함부로 접근하기도 곤란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 부서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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