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고, 태극기 휘날리며…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2009 뉴욕 광고제에서 금, 은, 동상을 석권한 국내 광고대행사 포스트비쥬얼의 디지털 광고. 나이키 매장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김연아 선수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매장 방문객이 화면에 손바닥을 대면 화면 속의 김 선수가 다가와 방문객과 손을 맞대면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는 쌍방향식 광고다. 사진 제공 포스트비쥬얼
2009 뉴욕 광고제에서 금, 은, 동상을 석권한 국내 광고대행사 포스트비쥬얼의 디지털 광고. 나이키 매장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김연아 선수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매장 방문객이 화면에 손바닥을 대면 화면 속의 김 선수가 다가와 방문객과 손을 맞대면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는 쌍방향식 광고다. 사진 제공 포스트비쥬얼
국제 광고제 잇단 수상 쾌거
해외물량 3년새 14%P 상승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광고제인 ‘2009 칸 국제광고제’에 참석한 이현종 HS애드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돌아왔다. 이 광고제에서는 마네, 모네, 고흐 등의 작품을 디지털화한 LG그룹의 명화 시리즈 광고가 방영됐다. LG전자의 ‘사이언’ 등 한국산 휴대전화를 쓰는 해외 광고인들이 이 광고에 큰 관심을 보인 것.

그는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국제 광고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며 “불과 3, 4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 광고제에 참가한 한국 광고인들이 존재감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광고가 국제 광고제에서 잇따라 수상하고 심지어 ‘짝퉁 광고’까지 등장할 정도로 한국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칸 국제광고제에서는 제일기획이 제작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옴니아’ 광고는 사이버 광고부문에서 은상을 탔다. 이 광고는 한 남성이 소포로 배달된 옴니아 박스를 열자 난쟁이들로 구성된 밴드가 튀어나와 옴니아를 소개하고 구입을 축하해주는 내용. 이 광고는 유튜브에 게재된 뒤 3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형 광고대행사의 활약도 돋보인다. 지난달 23일 폐막한 ‘2009 뉴욕 광고제’에서는 국내 디지털광고대행사인 ‘포스트비쥬얼’이 인터랙티브(디지털 기법을 이용한 광고) 부문에서 김연아와 박지성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등장시킨 광고를 통해 금, 은, 동상을 ‘싹쓸이’했다. 이 회사는 이 광고로 올해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클리오 광고제’에서도 TV·시네마 부문 동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 광고대행사인 ‘크리에이티비아’가 세계 심장의 날을 맞이해 제작한 ‘리슨 캠페인’도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사자상과 동사자상을, 뉴욕 광고제에서 은상을 각각 탔다.

이런 가운데 한국 광고를 모방한 이른바 ‘짝퉁 광고’까지 등장했다. 중국 화장품회사인 ‘프래닉’에서는 LG생활건강의 미백제품을 그대로 표절하면서 광고 문구와 모델과 이미지 구도, 사물 등을 고스란히 베꼈다. 광고 구호도 ‘순백의 꽃을 피우기 위해, 발효가 만난 순백의 피부’(LG생활건강), ‘아름다움은 꽃처럼 피어나요. 미백화장품’(프래닉) 등으로 비슷하다. 중국 의류업체인 MYL은 LG전자의 트롬 광고 배경음악과 내레이션 일부만 바꿔서 모델인 이나영이 출연한 영상을 그대로 베끼기도 했다.

이달 27일 개막을 앞둔 ‘제2회 부산 국제광고제’에도 해외 출품작이 대거 몰렸다. 부산 국제광고제 사무국이 최근 출품작을 마감한 결과 38개국에서 광고 3258편이 출품돼 지난해(29개국, 3105편)보다 소폭 늘었다. 국제 광고제 출품작 수가 경기 불황 등으로 광고산업이 위축되면서 20∼45%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광고업계는 예전에는 해외 광고인들이 한국 브랜드들을 낯설어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한국 광고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 브랜드를 자주 접하면서 한국 광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 따르면 10대 광고회사 취급액 중 해외 물량 비중도 2005년 25%에서 2008년 39%로 크게 늘었다. 게다가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특성을 잘 살려 IT와 뉴미디어 등을 결합한 최신 트렌드도 잘 따라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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