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잃은 ‘미스터 스마일’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대표취임 1년 정세균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린다>… 갑옷 한시도 안벗어”
“제2창당 버금가는 통합추진”

“지난 1년간 한시도 마음속의 갑옷을 벗어본 적이 없다.”

6일로 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을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린다)’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중국 진(晉)나라가 내우외환에 시달릴 때 무술을 연마하던 지사 유곤과 조적이 국가를 걱정했던 데서 유래한 고사(故事)로 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 대표는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최장 대표 기록(김근태 전 의장의 8개월 6일)을 갈아 치웠지만 “돌을 자축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은 정 대표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시험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존폐 위기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말 연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미디어관계법 저지 투쟁 과정에서 야당의 선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안정과 포용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의 이미지는 빛이 바랬다는 평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6일 대표 당선 직후 “싸울 것은 싸우고, 도울 것은 돕겠다”고 강조했던 대안야당론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내 상황 또한 여의치 않았다. 4·29 재·보궐선거 때 정 대표는 원칙론을 내세워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강단을 보이면서 수도권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전북 전주 2곳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에게 패해 호남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1년 동안 정 대표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앞으로의 당 운영과 관련해 “제2창당에 버금가는 수준의 통합과 혁신을 추진해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영남 등 취약지역에선 해당 지역 출신 인사들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고, 호남에선 ‘자기 사람 심기’ 관행을 버리고 지역사회에서 존경 받는 ‘풀뿌리 일꾼’을 영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당 밖에 있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10일)가 끝나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사진부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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